[사설]대선공약의 전면 재조정

  • 입력 1998년 1월 6일 20시 00분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측이 대선공약을 전면 재검토키로 한 것은 당연하다. 선거기간중 득표전략의 일환으로 각 분야에 걸쳐 적지 않은 장밋빛 공약을 내놓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경제 사회적 여건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IMF와 재정경제원이 내다본 거시경제 전망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초긴축 재정운용도 몇년은 더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재검토하고 있는 공약에는 물가상승률 3% 이내 억제, 복지예산 매년 30% 이상 증액, 매년 50만명 이상의 신규고용 창출, 농어촌 지원 및 재해보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교육재정과 과학기술 연구투자비 비중을 각각 국민총생산(GNP)의 6%와 5%로 늘린다는 공약도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발상 자체가 너무 안이하다. 경제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만큼 공약사업의 투자우선순위, 규모, 목표기간의 재조정 차원이 아니라 공약 자체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우선 우리 경제의 장단기 전망이 지극히 불투명하다. 앞으로 한동안 고금리 고환율 고실업 고물가 고세금의 5고(高)가 경제를 짓누르고 저성장 저투자 저소비 등 3저(低)는 모든 업종의 불황을 심화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장 재정 확충이 어려워진다. 그러잖아도 김차기대통령의 공약에는 실천가능성이 희박하고 상호모순되는 것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분야별로 1백70가지나 되는 각종 공약을 제시하다보니 모든 과제를 빠짐없이 나열했다. 그러나 당면한 국정목표는 IMF체제 극복이어야 한다. 물론 공약은 가능한 한 지키는 것이 옳다. 정치 행정개혁 통일 외교 안보 환경 여성 청소년정책 등의 공약은 성실히 이행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하는 교육 농정 사회간접자본 복지정책 등은 우선순위를 잘 가리고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 김차기대통령은 공약이행과 관련해 대중적 인기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그것보다는 국정수행의 원칙을 명확히 함으로써 국민의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2000년대 초 1인당 GNP 3만달러 달성이나 세계 5강 진입과 같은 장기공약 역시 지금으로서는 꿈같은 얘기다. 임기동안 국정목표의 중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가적 전략과제가 수없이 많겠지만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어낼 수는 없다. 무엇보다 먼저 벼랑끝 위기에 몰린 국가경제부터 살려내야 한다. 대선공약을 전면 재점검해 실천가능한 정책과제들로 다시 가다듬고 우선순위를 명확히 가려 국민 앞에 제시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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