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이라면 너무 거창한 표현일까.
월드컵축구대표팀의 ‘유비’ 유상철(27·현대). 비록 짧지만 그가 엮어가는 그라운드의 인생 유전은 사연이 기막히다.
수시로 변하는 그의 모습. 드라마틱하지만 어린아이에게 칼자루를 쥐어준 것처럼 위태위태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의 변신은 실패보다는 성공이 많았다.
‘변신의 천재’로 불리는 그는 그때그때 ‘카멜레온의 조화’처럼 기막힌 적응력을 보였다.
이것저것 잘한다는 것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른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만은 예외다.
“너만 믿는다.”
7일 월드컵축구대표팀 차범근감독은 유상철에게 특명을 내렸다. 팀내에서 가장 고생스러우면서도 승부에 가장 중요한 최후 수비수의 자리를 맡긴 것.
‘명성보다는 실력’으로 선수를 기용하겠다는 지론으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차감독은 노력하는 선수에게는 보다 많은 기회를 준다. 그리고 그는 가장 불안한 포지션에 가장 믿는 선수를 기용한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게임메이커인 유상철이 돌연 최후 수비수로 바뀐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축구에서 객관적 전력이 열세일때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매달리는 게 승리의 길이다.
프랑스에서 맞설 네덜란드 벨기에 멕시코 팀이 한국보다 공격력에서 앞선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이중 삼중으로 골문에 빗장을 걸어야 하는 것.
선배 홍명보는 일본에 나가있고 후배 장대일은 아직 덜 익었고….
스위퍼의 임무가 그에게 주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상대 골잡이들의 발을 묶고 기습공격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발군의 맨투맨 마크에 공격력을 겸비한 그가 적격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어디에 세워도 제몫을 하는 ‘전천후 선수’.
초등학교 4년때 볼을 차기 시작한 그는 건국대 2년때까지 센터포워드였다. 어느 순간 팀에 수비공백이 생겨 수비수로 변신한 그는 막힘이 없이 그 자리에서 펄펄 날았다. 그는 또 프로팀 현대에 입단해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조련됐다. 지난 몇해 동안 골키퍼를 빼고는 안 맡아본 포지션이 없다.
저돌적이면서도 지능적인 그의 플레이가 수비에서 빛을 발하는 그날. 그날은 바로 월드컵본선 1승과 16강진출이란 한국 축구의 숙원이 이뤄지는 날이 아닐까.
〈울산〓배극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