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재외한국인 피랍

  • 입력 1998년 1월 7일 20시 03분


예멘주재 한국외교관의 부인과 딸 그리고 현지 교민 사업가가 하다족으로 추정되는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무슨 원한이나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고 단순히 자기 부족과 관련된 재판문제로 예멘정부에 압력을 넣기 위해 이들을 납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한국인들이 억울하게 인질로 잡히는 불행한 사건이다. 동기야 어쨌든 납치행위는 정당하지 않다. 더구나 치외법권 신분인 외교관의 가족, 그것도 부인과 어린 딸을 납치한 행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다. 하다족은 과거에도 몇차례 외국인들을 납치, 석방했다고 한다. 어떤 정치적 이유를 둘러대도 그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불법집단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을 하루빨리 안전하게 석방하는 것이 그러한 오명을 조금이나마 벗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피랍 한국인들의 안전이 문제다. 예멘 정부는 하다족 밀집 지역을 수색하면서 중계인을 통해 납치범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졸속 해결에만 몰두해 그들의 신변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다. 정부는 예멘 정부가 피랍 한국인들의 신변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도록 긴밀한 외교접촉을 유지해야 한다. 외무부에 따르면 1백45개 재외공관 중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 있는 40여개가 이른바 험지(險地)공관이다. 국제테러나 주재국의 내분 때문에 신변안전이 문제되는 곳이다. 그곳에 나가 있는 외교관과 그 가족이 8백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80년 이후만 따져도 이번까지 다섯차례의 외교관 피습 납치사건이 있었다. 외교관 안전문제를 특별히 점검해 그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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