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김화성/『스포츠는 봉인가』

  • 입력 1998년 1월 8일 20시 42분


프랑스월드컵축구 최종예선 한일 1차전이 벌어진 지난해 9월28일 도쿄 국립경기장. 김대중차기대통령은 당시 대통령후보로서는 유일하게 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 정몽준대한축구협회장과 나란히 앉아 우리팀을 응원했다. 한달여뒤인 11월1일 한일 2차전 서울잠실운동장. 이날은 1차전과는 달리 대선후보 4명을 비롯, 정치인들이 대거 응원에 나서 마치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잠실로 옮아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거세게 불던 지난해 12월24일 정부 규제개혁추진회의.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국민체육진흥법상 ‘상시직장인 5백인 이상의 국가 공공단체의 기관 기업체 단체는 한종목이상의 운동경기부를 설치운영하고 지도자를 둬야한다’라는 의무규정을 권장사항으로 바꾸고 ‘5백인의 제한 규정도 1천인이상’으로 개정하기로 의결했다. 체육은 봉인가. 국민 백년대계의 체육정책이 너무 임기응변의 상황논리와 정치논리에 좌우되고 있다. 요즘 체육계는 IMF한파에 정부조직개편까지 맞물려 뒤숭숭하기 짝이 없다. 수십여개의 실업팀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어도 어디하나 앞장서서 나서는 곳이 없다. 정치권도 마찬가지. 불과 몇달전 축구장에 모인 그 많은 정치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현재 김차기대통령의 체육에 대한 공약은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균형발전’이라는 것이 유일하다. 그래서일까. 체육계에서는 새정부가 그만큼 체육에 대해 관심이 적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스포츠는 단순하다. 차범근감독의 월드컵팀이 국민들에게 준 희망과 자신감을 경제논리로만 계산할 수 있을까. 선동렬과 박찬호가 국민들에게 심어준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화두를 정치논리로 설명할 수 있을까. IMF한파든 새 정부가 들어서든 체육정책은 언제나 ‘체육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스포츠는 아직 살아 있다. 〈김화성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