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정,救國의 자세로

  • 입력 1998년 1월 8일 20시 42분


정리해고제 도입 등을 위한 노사정(勞使政)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노총이 협의기구 불참을 공식 선언하고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포함한 강경투쟁쪽으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노사정 합의는 고사하고 그를 위한 협의체 구성조차 벽에 부닥친 상황이다. 사안의 긴급성에 비추어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정리해고제 도입을 요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구조조정의 걸림돌을 제거하라는 것이다. 한국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산업 전반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조정이 시급하고 그를 위해서는 인수합병 등을 통한 기업의 재정돈이 불가피한데 인원을 감축하기 힘든 경직적인 고용제도를 그대로 두고서는 모든 것이 어렵게 된다는 견해다. 이같은 IMF요구는 우리의 합의이행 의지를 시험하는 차원의 강도를 지니고 있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당초입장을 바꾸어 정리해고제 도입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호소하는 이유도 그것이 구국(救國)의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를 구한다는 것이 국민을 구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라면 근로자의 대량해고를 합법화하는 정리해고제 도입이 꼭 나라를 구하는 길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사리를 압축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정리해고가 걸림돌이 되어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구조조정을 못해 기업이 쓰러지면 경제회생은 물론 고용회복의 기반이 무너지고 만다. 그 이름이 무엇이 되든 대량해고는 이미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문제다. 만약 현행 법대로 정리해고제 도입을 1년 뒤로 늦춘다 해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정리해고는 진행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빠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외국자본의 투자와 경영참여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데 노동법 때문에 실기한다면 우리만 손해라는 인식도 필요하다. 노동계가 정리해고제 도입을 위한 노사정 협의에 앞서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재벌의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 경제위기에 1차적 책임이 있는 재벌그룹이 먼저 개혁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이 순서인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 또한 과감한 제도개혁과 고통분담의지를 가시화해야 하며 아울러 실업자 구제대책을 확충해야 함은 물론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는 동안 정권을 맡았던 정당이 정리해고에 대한 입장변화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모든 사소한 이해를 털어버리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다는 자세로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어내야 한다. 차기여당만의 일인양 정치권과 정부가 강건너 불보듯해서는 안된다. 우선 노동계가 협의에 참여하도록 명분을 제공하고 설득하는데 힘을 합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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