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지방자치시대를 여는 5월7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련법 개정논의가 정치권에서 시작됐다. 95년 6.27 지방선거를 통해 출범한 제1기 지방자치의 공과(功過)를 면밀히 따져 지방자치제의 내실을 높이고 낭비요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지자제(地自制) 개혁의 일환으로 내무부는 지방의회 감축방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제시했다. 광역의회 의원정수를 현재의 9백72명에서 6백70명으로, 기초의회 의원정수를 4천5백41명에서 2천2백70명으로 축소한다는 내용이다. 광역의원을 3분의 2, 기초의원을 2분의 1로 줄이자는 대담한 개혁안이다.
그동안 지방의회는 규모가 지나치게 방만해 비효율과 낭비를 낳았고 지방토호나 무자격자까지 진출해 비리의 온상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따라서 지방의회를 ‘작은 의회’로 바꾸자는 기본방향은 옳다. 사회전반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데는 지자제도 예외일 수 없다. 구체적으로 선거구를 어떻게 조정하고 의원정수를 얼마나 줄일 것인지는 인수위와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기 바란다.
기초단체장후보와 기초의원후보의 정당공천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이번에도 큰 쟁점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정당정치의 착근을 위해 정당공천을 모두 허용하자고 주장하고 한나라당은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을 차단하기 위해 정당공천을 모두 배제하자는 입장이다. 원칙적으로 우리는 기초단체만은 중앙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본다. 기초단체장은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기초의원은 정당공천을 금지하는 현행제도는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이런 기형(畸形)은 차제에 정리돼야 한다. 여야의 진지한 토론을 당부한다.
광역단체장선거에 출마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사퇴시한을 늦추자는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지방선거 90일 전인 2월6일까지 의원직을 버렸다가 공천을 받지 못하면 이것도 저것도 놓치기 때문일 것이다. 현행법의 90일이 다소 길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만을 위한 법개정은 입법권 남용시비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중요하면서도 합의하기 어려운 지방행정구조 개편은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될 조짐이다. 이것은 중앙정부 개편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지방선거가 임박했기 때문에 편의상 미루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시기선택에는 현실적 고려도 필요하다. 선거이후에라도 지방행정구조를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고 시군구 일부를 통폐합해 광역화하는 문제는 중장기과제로서 검토해야 한다. 주민등록과 인감업무 등을 개선하면 읍면동을 폐지해 주민서비스창구로 바꾸는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