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산층 무너지면 안된다

  • 입력 1998년 1월 11일 21시 20분


사회 안정에 버팀목 역할을 하는 중산층이 위기를 맞고 있다. 중산계층 40, 50대 가장의 대량 해고는 당사자와 가정에 고통과 파탄을 초래하고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대량실업은 대개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가계부도로 연결된다고 한다. 지금처럼 기업이 무더기로 도산하고 정리해고가 본격화하면 올 상반기중 심각한 가계부도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지금까지 주로 기업에 몰아닥쳤다면 앞으로는 가계에 직접 타격을 주게 된다. 실직과 감봉, 고물가 고금리 고세금으로 중산층은 소득은 줄고 지출은 늘어나는 이중 삼중의 고통에 직면했다. 작년 조세연구원 조사결과 국민의 60% 가량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같은 사회의 중추계층이 몰락해 안정성을 잃는다면 정말 큰일이다. IMF관리체제 아래에서 정책선택에 어려움이 많겠지만 중산층에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문제다. 세수확보를 위해 조세저항이 적은 교통세 특별소비세 등 간접세를 대폭 인상함으로써 중산계층에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이는 소득이 높을수록 많은 세금을 물리는 누진과세 원칙에도 어긋난다. 금융실명제와 금융소득종합과세 유보로 부유층이 득을 보게 하고 이자소득세는 올리는 세제는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을 심화시킬 것이다. 각종 생필품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가계 주름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에다 20% 수준으로 인상된 가계대출 금리도 큰 고통이다. 전국 가계의 빚은 금융기관대출과 소비자신용을 포함해 2백조원에 이른다. 벌써부터 대량 가계부도 조짐이 나타나고 은행대출금 연체가 40% 가까이 급증했다. 연체 부도 등으로 금융제재를 받은 신용불량자가 2백만명에 육박했다. 금리상승 때문에 분양받은 아파트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IMF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우선 가계부터 긴축해야 한다. 실질임금이 대폭 삭감되고 지출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지출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일이 급하다. 살림의 거품을 빼고 알뜰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중산층의 고통을 덜어줄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가계나 개인의 파산에 대비해 빚 청산절차를 간소화하면서 부동산과 금융거래 비용을 대폭 낮춰줄 필요가 있다. 세수 늘리는데만 치중하는 간접세 인상은 곤란하다. 그대신 부유층의 상속 증여세와 소득세의 탈루를 철저히 추적해 과세하고 각 부문에서의 누진과세를 강화해 조세형평을 기해야 한다. 사(私)교육비의 획기적인 절감과 함께 생필품가격만은 정부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안정시켜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정부는 중산층을 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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