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이하고 지원이가 40점이상 넣어주면 그날은 이긴다고 봐야지.”
대우제우스의 ‘토종쌍포’ 우지원과 김훈. 최종규감독이 최근 가속이 붙은 팀의 상승세를 설명할 때마다 빠뜨리지 않는 키워드는 바로 이들 잘 생긴 두 남자다.
90년대초 연세대 중흥기를 이끌다 졸업후 다시 같은 팀 유니폼을 입은 이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둘도 없는 단짝. 훈련장과 숙소에서는 물론 외출할 때도 늘 함께다.
용병들의 득점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우가 시즌중반이후 상위권으로 치고올라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이들의 남다른 분전. 무릎부상에서 회복한 우지원이 외롭게 싸우던 김훈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부터다.
김훈이 안되는 날은 우지원이 공백을 메워주고 우지원이 부진하면 김훈이 분발하는 것이 둘 사이의 보완 관계. 요즘 들어서는 둘 다 펄펄 나는 날도 드물지 않아 최감독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
10일 SK나이츠와의 서울 경기가 단적인 예. 3쿼터까지는 김훈이 혼자 경기를 끌고갔고 고비가 된 4쿼터에서 우지원의 소나기슛이 터지면서 다 진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나란히 포워드를 맡고 있는 이들은 마땅한 포인트가드가 없는 팀사정상 번갈아 가드로 투입되는 역할도 비슷하다. 그날 그날 슛이 안좋은 쪽이 볼배급에 좀 더 주력하는 방식.
그러나 절친한 사이라고 해서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막상 코트에 나서면 서로를 의식하며 더 잘하기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친구이자 라이벌인 셈.
올 시즌 개막전만 해도 대우는 10개팀중 중위권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대우는 예상외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 힘의 근원지가 바로 우지원과 김훈.
이들은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홈경기는 물론 원정경기에서도 우지원과 김훈때문에 대우는 홈경기와 다름없는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른다.
우지원은 드라이브인 등 다양한 공격을 개발, ‘반쪽 선수’라는 지적을 떨쳐냈다. 연세대 시절 ‘수비전문’으로 불렸던 김훈은 외곽슛 적중률이 높아지면서 만능선수로 발돋움했다.
“이제부터를 기대해주세요.”
코트의 차, 포인 이들이 있기에 대우농구는 갈수록 물이 오른다.
〈이 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