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는 월드컵 4연속 진출을 달성한 아시아 최강이지만 유럽이나 남미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부족한 점이 많다. 그중에서도 팀워크보다 개인의 공명심이 앞서 결국 다된 골을 놓치고 마는 장면을 팬들은 자주 보아왔다. 선수들만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든 중간과정의 선수들은 뒷전이고 마지막 골게터에게만 갈채를 보내는 풍토가 큰 원인이다.
▼‘결과주의’라고 할 수 있는 이런 풍토는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학창시절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보다 한차례의 수능시험이 크게 좌우하는 대학입시, 적성에 맞고 보람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느냐보다 봉급액수에 의해 서열을 매기는 직업관, 합법적으로 증거를 모으기보다 고문을 해서라도 자백을 받아내려는 수사기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하기보다 결과가 빨리 나타나는 사업 위주로 예산을 쓰는 정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번 탈옥수 검거작전도 마찬가지다. 경기경찰청 소속 ‘투 캅스’는 공명심에 눈이 멀어 관할지역이 아닌 충남 천안에서 작전을 펴면서도 공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상급자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조체제 없이 섣불리 덤벼들다 눈앞에서 범인을 놓친 것이다. 실탄 5발이 모두 빗나가고 범인에게 권총을 빼앗기거나 고장난 권총을 들고 나간 어이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두 경찰관은 할말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경찰관의 기본수칙을 어긴 부분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이번 실수도 경찰의 ‘결과주의’에서 상당부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범인을 직접 검거한 경찰관뿐 아니라 공조수사를 잘한 경찰관도 철저히 함께 표창하는 분위기라면 공명심보다 팀워크가 앞서지 않을까.
〈육정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