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보세요]우애령/주부 스스로 깨어있어야

  • 입력 1998년 1월 13일 20시 04분


《30대 중반의 전업주부입니다. 결혼 전 직장생활도 했어요. 깨어있는 여성이 아름답다는 여성관련 서적들이 마치 저를 잠자고 있는 여성처럼 보이게 합니다. 남편도 저를 오래된 가구정도로 취급하고….》 이 시대에 쏟아지는 책들이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사실입니다. 깨어있는 여성이 아름답다는 정도를 지나 테러리스트를 자처하는 여성도 있고 참는 여성에게 복이 있다는 메시지를 정경부인처럼 근엄하게 전달하는 여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사실은 전문직여성은 깨어있는 여성이고 전업주부는 잠들어 있는 여성이란 이분법은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잠이 많은 여성은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잠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과 가족을 사랑하고 일하며 산 시간이 보잘 것 없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삶을 절실히 원한다면 길을 하나씩 살펴보고 선택할 수도 있겠지요. 남편이 오래된 가구로 취급하려면 차라리 아주 오래된 조선가구 정도로 취급해 준다면 또 모르겠어요. 깨질세라 흠이 갈세라 아낄테니까요. 한가지 묻고 싶은 건 나를 오래된 가구로 보기 시작한 건 남편이 아니라 내가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자신을 살아있는 사람으로 보는 사람은 누구도 오래된 가구로 취급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애령(작가·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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