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위기는 매우 심각하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70년대초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늦게나마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일반 국민 사이에도 위기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장롱 속의 달러나 금붙이를 모아 외채를 갚으려는 국민의 긴 행렬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 해외 신뢰회복이 급선무 ▼
그러나 경제를 이 모양으로 만든 정부 다수당 재벌 등은 여전히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금융개혁이 요구되는데도 재정경제원과 국회가 한통속이 되어 관치금융을 온존케 하는 절름발이 금융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려는 계획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공공연히 저항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위기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우리가 이렇게 한가할 수 있겠는가. 이러다가는 정말 한국경제가 외채의 지불유예라는 파산상태에 빠지고 만다. 지금은 누구를 탓할 틈도 없다. 모든 국민이 나서서 경제살리기에 피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절박한 때다. 한국경제가 넘어가고 있다고 조소하는 외국정부와 언론 그리고 투자자들의 싸늘한 시선이 온몸 가득히 느껴지지 않는가.
이 시점에서 한국경제를 살리는 방도는 외국정부와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 외자를 유치하는 길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정부와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먼저 국제신인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개혁 금융개혁 및 기업재벌개혁이 대통령 취임 이전에라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개혁과제의 실천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최선의 방법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모든 개혁은 국제사회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각종 시장의 진입 퇴출 자유화, 내외국인간의 동등대우, 규제와 관련한 원칙허용과 예외금지라는 국제규범에 충실해야 하겠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금융개혁관련법중 한국은행법과 금융감독기구설치법도 재검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통화관리의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한국은행에의 지준의무를 부과하고 원화금융과 앞뒤 관계에 있는 외화금융 업무에 관한 조절기능을 한국은행이 담당토록 할 필요가 있다. 통합감독기구는 행정기구로 발족토록 되어 있으나 관치금융의 폐해를 근절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과 같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개편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또한 정치권은 앞으로 적어도 1년반 정도는 경제정책에 관한 한 이를 정치쟁점으로 삼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천명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차기대통령이 일관된 경제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 길만이 외국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면서 우리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린 정부와 다수당이 조금이라도 국민에게 사죄하는 길이 될 수 있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을 따지고 국회가 견제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등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을만큼 한가하지 못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 작은 이해로 시간끌면 공멸 ▼
마지막으로 기업과 근로자 그리고 국민은 차기대통령이 제시한 경제정책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최선의 방책임을 믿고 이에 따라주어야 한다. 개인이나 소집단의 이해관계를 따지다가는 모두 주저앉게 되고 만다. 일시적인 어려움을 견뎌내지 못하면 영원히 고통을 당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합심단결해 경제살리기에 방해가 되는 걸림돌을 치워주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일본 와세다대 연구실)
윤원배 (숙명여대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