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이 관광명소의 하나로 워싱턴포스트지 일요여행란에 소개됐다. 세계에서 가장 기묘하고 매혹적인 ‘데인저 랜드(위험한 땅)’라는 것이다.
미국인이 진절머리를 내는 베트남만 해도 전쟁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됐지만 판문점은 남북한이 아직 대치상태여서 공포와 긴장을 체감할 수 있는 현장.
호전적인 북한병사를 코앞에서 바라볼 수도 있고 이들과 눈을 마주치다가 뜻밖에 봉변할 수도 있다. 무심결에 손을 흔들다가는 사진이 찍혀 “조선인민군에 구조를 요청하는 미국인”이라며 선전용으로 이용된다.
여행자들은 출발에 앞서 “뜻밖의 상해를 입을 수 있다”는 고지문에 서명해야 한다. 포스트지는 서울 대부분의 호텔에서 53달러만 내면 합류할 수 있는 판문점기행은 현존하는 냉전의 마지막 인화점을 볼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기회’여서 매년 외국관광객 18만명이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마디로 남북대치가 조성해 놓은 각종 볼썽사나운 풍경들이 미국인들에게는 스릴과 모험이 넘치는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씁쓸한 얘기다.
안그래도 남북한은 각각 금융과 식량부문에서 세계 역사상 최대규모로 국제사회에 손을 벌려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은 ‘세계 열한번째의 경제대국이 얼마나 갑자기 추락할 수 있는가’, 북한은 ‘시대착오적 체제유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주민들을 희생시킬 수 있는가’로 세계적인 호기심의 대상이다.
이것도 모자라 단일민족임을 자랑하는 남북한이 세계 유일의 냉전지역으로 남아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니 이처럼 불쌍한 민족이 어디 있을까 한숨이 절로 나온다.
외국인들이 판문점을 구경거리로 즐긴다는 소식을 외국 신문에서 대하고 보니 우리도 그들처럼 관광삼아 그곳에 갈 수 있을 때가 되어야 남북한의 비극이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해진다.
홍은택<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