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같은 국내 굴지의 제조업체도 작년 명예퇴직자들에게 위로금으로 기껏해야 1년치 정도의 임금을 지급했습니다. 어떻게 적자투성이 은행들이 퇴직금에다 별도로 최고 50개월분 임금에 해당하는 엄청난 위로금을 얹어 줄 수 있습니까. 고객들의 예금을 멋대로 쓰다가 부실화한 은행을 국민 세금을 지원해 살려주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15일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관한 기사에 접한 본보 독자들의 금융권 비판 목소리가 전화통을 잇달아 때렸다.
한 중소기업인은 “돈 빌리러 가보면 은행 임원들이 관료 이상으로 고압적”이라며 “시원하게 기사를 잘 썼다”고 말했다.
본보 기사에 불만을 터뜨리는 은행원들의 전화도 걸려왔다. 한 은행원은 “지금의 금융위기는 한보사건이 보여준 것처럼 관치금융에 있다. 관치금융의 주범인 정치권과 재정경제원부터 때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은행 임원이라고만 신분을 밝힌 사람은 “재정경제원의 금융기관 때리기는 외환위기에 금융위기를 불러온 데 따른 여론의 비난을 은행에 떠넘기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적으로 설명했다.
국내 25개 시중은행중에서 작년에 주식 평가손을 50%만 반영, 흑자를 낸 은행은 주택 신한 국민 하나 보람 외환은행 정도. 시중은행들은 수천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직원들에게 수천만원씩 주택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했다. 작년부터는 경영합리화를 명분으로 퇴직자들에게 수억원의 명예퇴직금을 지급하는 희한한 구조조정 작업을 계속중이다.
모든 부문이 고통을 분담, 위기극복에 나서야 할 때에 아직도 ‘나만 빼고 개혁하라’는 이기적인 태도는 여전하다. 이같은 ‘나만 빼고…’ 행태가 은행과 은행원들에게만 국한된 것인지 점검해 봐야 할 때다.
이희성<경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