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어머니가 얼굴 한번 보지 않은 제게 베푸신 사랑을 어떻게 다 갚을 수 있을까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93년 80세를 일기로 숨진 미국인 할머니가 유산으로 물려준 2만달러를 받게 된 황보정희(皇甫貞姬·41·사진)씨는 두 자녀의 어머니로 경기 부천시에 살고 있었다.
황보씨는 본보 15일자 ‘창’을 본 친지들의 연락을 받고 자신에게 유산을 남긴 레스타 놀스여사와 교환한 1백여통의 편지 및 유품을 들고 한국지역사회복리회를 찾아왔다. 복리회에서도 그녀를 기억해냈다.
황보씨와 놀스여사의 인연은 황보씨가 갓난아기 때였던 59년부터 시작됐다.
복리회의 중재로 당시 고등학교 등록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매년 5차례씩 받아온 것.
어머니와 딸로 맺어진 두 사람의 인연은 황보씨가 19세가 돼 복리회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78년 이후에도 계속됐다.
놀스여사가 숨지기 몇년 전 “남편과의 추억이 깃들인 이 물건을 딸인 네가 보관해 달라”면서 뮤직박스 속에 유품을 넣어 보내오기도 했다.
황보씨가 첫딸을 낳는다는 소식을 듣고 93년 7월 놀스여사가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는 이렇게 끝나고 있었다.
‘드디어 내 손녀가 지구상에 첫발을 내딛는다니 기쁘기 한량없구나. 요새는 네 가족이 켄터키로 찾아오는 날을 꿈꾸며 행복감에 젖어 있단다.’
〈권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