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채 高금리 비상

  • 입력 1998년 1월 17일 20시 29분


외채의 구조조정협상에서 금리가 뜨거운 장애물로 불거지고 있다. 미국 J P 모건 등 국제 채권은행단은 우리 외채의 상환기간 조정협상을 앞두고 장기전환채의 금리를 런던은행간금리 5∼6%에 6%포인트이상을 가산한 초 고(高)수준으로 하고 그것도 만기 전에 신용이 회복되더라도 같은 금리를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방 선진국들은 한국은행이 차입하는 협조융자에 대해서까지 정부지급보증을 요구하는 등 상식 밖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 속셈이 냉혹하다 못해 잔인하다. 그런 조건이라면 우리가 살아 남기 어렵다. 우리의 외채총액은 1천5백30억달러다. 정상금리로 계산해도 올해 이자부담만 1백47억달러(약24조원)나 된다. 여기에 장기로 바꾸는 외채이자가 12% 이상으로 결정된다면 전환규모를 2백억달러로 잡는다 해도 20년간 이자합계가 4백80억달러에 이른다. 우리의 경제규모로서는 뼈빠지게 일하고 안간힘을 다해 수출해 보았자 이자에 눌려 대대손손 빚에서 벗어나지 못할 우려가 크다.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책임은 물론 우리에게 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단기외채를 장기채로 바꾸는 것이 급하다. 그러나 국제은행단은 세계경제와 국제안보차원에서 한국의 금융위기를 보아야 한다. 만약 한국이 외채이자에 눌려 끝내 몰락한다면 세계경제는 물론 국제안보와 국제금융산업에도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듯 공존의 원리와 상식을 바탕으로 한국 외채문제를 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18일 미국을 방문하는 우리 외환협상대표단은 장기전환외채의 금리를 최대한 낮추고 차입조건을 중간조정하는 콜옵션제 관철 등을 협상전략으로 삼고 있다. 아무리 사정이 급해도 독한 마음으로 협상해야 한다. 한국 외채의 구조조정은 파국과 공멸을 막자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