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무척 춥다. 밖의 날씨는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편이지만 마음이 온통 꽁꽁 얼어붙어 있어 너무나 춥게 느껴진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오늘도 텔레비전에서는 장롱 속의 금을 모아 수출하자고 야단들이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때는 이때다 하고 억대를 사가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함께 앉아서 보고 있던 열살 된 딸아이가 느닷없이 “엄마, 저런 사람이 매국노지?” 하고 질문을 던진다. 괜스레 뜨끔했다. 나야말로 자식에게 애국자 소리는 못들을 망정 매국노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할텐데….
문득 초등학교 시절 겨울방학이면 으레 보리순을 밟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가을에 보리씨를 뿌리고 나서 초겨울쯤이면 여리디 여린 새순이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조금 자란듯 싶을 때 사정없이 세찬 눈보라가 몰아친다. 눈 속의 초록색 싹을 보며 어린 마음에도 살 수 있을까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겨울방학 때면 으레 학급별로 모여 보리순 밟기를 했다. 나는 여린 순이 짓이겨질 것만 같아 차마 밟지 못하고 밭두덩이만 맴돌곤 했다.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불호령이시다.
“꼭꼭 밟아라. 그래야 강해진다. 보리순은 밟히면 밟힐수록 더욱 꿋꿋하게 일어선다.”
우리는 지금 무척 어렵다. 눈보라가 너무 세차 일어서기도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우리끼리 손을 맞잡으면 일어설 수 있다. 보리순이 탁월한 적응력과 억센 생존력으로 알찬 열매를 맺듯이 우리도 보리순처럼 강인한 생존력으로 일어서고 있다.
최연숙 (서울 도봉구 도봉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