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요즘은 좀 달라졌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외국공항에서 서울행 비행기를 타려는 한국인들의 행태가 가관이었다. 면세점이 온통 한국인들로 붐벼 한국땅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한국인이 특히 많이 몰린 곳은 주류와 담배 화장품코너. 이곳에서 한국인들은 몇백달러씩을 척척 냈다. 세계의 유명 관광지 휴양지 외에 공항면세점에서도 한국인은 ‘봉’으로 통했다.
▼한국인들은 서울행 기내에서 승무원들이 파는 면세품도 서로 먼저 사려고 아우성을 쳐 마치 무슨 경매장을 방불케 했다. 웬만한 물건은 금세 동이 났다. 승무원들은 승객 서비스보다 면세품 판매에 더 열을 올렸다. 한국인의 면세품 구입은 출국 이전부터 극성이었다. 시중 면세점에서 돈을 먼저 낸 뒤 출국하면서 공항에서 물건을 찾아 갖고 나갔다가 귀국 때 다시 갖고 들어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달러를 펑펑 써대면서도 여행기분에 들떠 아깝지 않게 여겼다. 오히려 외국공항 면세점의 한국인 판매원들이 보다 싼 물건을 권하거나 동포들의행태를걱정했다.그러나IMF한파 이후엔 양상이 달라졌다. 달러 한 닢이 아쉽기 때문이다. 마침 김포공항 입국장에도 면세점이 생긴다는 보도다. 한국 땅에 들어와 면세품을 사면 해외에서의 외화 낭비를 줄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있다는 착상이다.
▼선진 외국공항에는 대개 입국장에도 면세점이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이렇게 하면 기내 면세품 판매수입이 줄고 면세품구입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미루어 오던 터였다. 입국장에 면세점이 생겨도 물건값은 여전히 외국으로 나가고 우리 나라에는 마진이 떨어지는 정도지만 심리적 효과는 작지 않을 것이다. 해외여행 문화를 높이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육정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