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규석/IMF시대 신문도 거품 빼야

  • 입력 1998년 1월 17일 20시 29분


전국 곳곳의 폐지수집소에는 아직도 매일 수천부의 신문이 쌓였다가 다음날 새벽이면 파지공장으로 넘어간다. 그 중에는 비닐로 포장돼 끈으로 묶이고 ‘○○행’이란 행선지까지 적혀 있는 신문사에서 나온 그대로인 것도 있고 포장이 벗겨졌으나 특정신문이 뭉텅이를 이루어 독자들 손을 거치지 않았음이 분명한 신문도 있다. 부산의 어느 신문 지국장은 “본사에서 보내오는 신문 30여 뭉텅이 중 여덟개는 지국 사무실에 들여놓지 않고 길가에 놔두면 파지수집상이 바로 싣고 가도록 계약이 돼 있고 파지값으로 선금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근교 신도시의 어느 신문 지국 종사자는 “○○일보 판매사원은 어려운 지국 형편을 얘기하면 ‘내일부터 신문 몇백부 더 보낼테니 파지로 처리해서 보태쓰라’고 한다”고 전했다. 대도시는 물론 지방 중 소도시 아파트에서도 강제 투입에 시달린 주민이 문앞에다 신문을 그대로 쌓아둔 것을 여전히 볼 수 있다. 신문대금을 받지 않는 무가지에도 대부분의 주민은 부담을 느낀다. 발행 발송부수를 무작정 늘린다고 해서 그 신문사의 수입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일까. 이젠 발행부수만 늘렸다고 해서 그 신문의 광고효과가 증대됐다며 더 많은 광고료를 지불하는 광고주는 별로 없을 것이다. 독자수 증가가 아닌 발행부수만의 증가는 그 신문사의 경영압박 요인일 뿐만 아니라 귀중한 외화를 낭비하는 행위다. 발행부수 과당경쟁을 하며 ‘거품부수’를 유지하기 위해 자원을 허비하는 신문사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극복을 위해 전국민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식의 논조를 편다는 것은 정말 우스운 얘기다. 얼마나 큰 위선인가를 그들 신문사에서 자각해야 한다. 이젠 어떤 신문사들이 허세를 부린다는 것쯤은 신문사 밖에서도 알만큼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규석 (전 본사 판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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