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신석호/사법연수생과 「돈」

  • 입력 1998년 1월 18일 20시 26분


사법연수원 교수를 끝으로 개업한 최모변호사(58)는 요즈음 함께 일할 새 변호사를 구하지 못해 고민이다. 2월 수료예정인 사법연수생들을 상대로 구인상담을 해봤지만 자신이 제시하는 조건에 만족하는 연수생이 좀처럼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최변호사는 매년 연수원 수료생 2명을 새 동업변호사로 뽑아왔다. 기성 변호사들이 업계에 첫발을 내딛는 후배 변호사들의 교육과 현실적응을 도와야 한다는 교수시절의 생각을 현실화한 것이었다. 그래서 조건도 특이했다. “내 사무실에서 배울 것만 배워 2년 뒤에는 꼭 독립하시오. 1년은 나한테 부담없이 배우고 1년은 배운 것으로 나를 도와주면 됩니다. 대신 월급을 많이 주지는 못합니다.” 이렇게 최변호사와 인연을 맺어 2년씩 일하고 자립한 변호사는 어느새 10명이 넘는다. 이들의 관계는 사제관계처럼 끈끈하다. 올해도 최변호사는 2년을 채우고 독립하는 선배들을 대신할 새 변호사를 뽑기 위해 연수원 수료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했다. 면접에응한예비변호사의“월급은 얼마나 주실 거죠”라는 질문에 최변호사는 “우리의 전통은 월 4백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순간 예비변호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최변호사는 “돈이 많이 필요한 실정인가”고 물었다. 이 예비변호사는 “아닙니다. 그러나 동기들이 5백50만원 이상 받기로 결의했습니다. 4백만원을 받으면 약속을 어기는 것이 됩니다”며 사무실을 나섰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예비변호사는 “우리도 전문직인데 주는 대로 받을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에 동기생들끼리 정보를 주고받아 나름대로 적정한 수준을 정했다”고 말했다. 최변호사는 “돈 이외의 다른 조건을 더 눈여겨보라고 지도할 자신이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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