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19)

  • 입력 1998년 1월 21일 07시 58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87〉 언니와 저는 꼬박 일 년 동안 함께 살았습니다. 그 일 년 동안 우리는 소식이 끊긴 또 다른 한 언니 일을 늘 걱정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둘째언니 또한, 큰언니보다 더 비참한 꼴을 해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 언니 역시 형부로부터 버림을 받고 구걸을 하면서 고향까지 되돌아왔던 것입니다. 비록 언니가 참담한 신세가 되어 돌아왔지만, 돌아와준 것만으로도 저는 고마웠습니다. 저는 그 언니를 맞아 큰언니에게 한 것보다 더 따뜻하게 대접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언니에게도 저의 재산의 반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우리 세 자매는 얼마간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두 언니는 제게 말했습니다. “얘, 동생아. 아무래도 우리는 재혼을 해야겠어. 남편도 없이 쓸쓸히 허송세월을 하는 게 이젠 참을 수가 없어.” 이 말을 듣고 저는 말했습니다. “언니들도 참! 남편한테 그런 비참한 배반을 당하고도 다시 결혼할 생각이 나세요? 요즈음 남자들이란 믿을 만한 사람이 흔치 않아요. 언니들은 결혼에 이미 실패했으니, 나로서는 언니들의 계획에 찬동할 수가 없어요.” 제가 이렇게 말했지만 언니들은 끝내 저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언니들은 기어이 다시 결혼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저는 그동안 저축해둔 돈으로 언니들의 결혼 준비금이며 지참금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다시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다시 결혼한 두 언니는 남편들과 함께 나가 따로 살림을 차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언니들의 두 남편은 언니들을 속이고 닥치는 대로 물건을 훔쳐내더니, 급기야는 어디론가 행방을 감추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애시당초 돈에만 눈독을 들였을 뿐 전혀 언니들을 사랑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언니들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더없이 처량한 꼴로 저를 찾아와 말했습니다. “얘, 동생아. 제발 화내지 말고 우리를 용서해다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너는 우리보다 훨씬 지각이 있어. 다시는 결혼 같은 건 입밖에도 내지 않을 테니, 우리를 하인으로 삼아 밥이라도 먹여다오.” 저는 언니들이 당한 불행을 생각하며 슬픔을 견딜 수 없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두 언니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습니다. “잘 오셨어요, 언니들. 미우나 고우나 언니들은 내 혈육이에요. 나한테는 언니들만큼 소중한 사람은 없어요.” 이렇게 위로하면서 저는 두 언니를 맞아들여 전보다도 훨씬 정성스럽게 대접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세 자매는 다시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일 년 뒤, 저는 문득, 외국에 나가 장사를 해보리라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나이 스물의 처녀 몸으로 장사를 하러 떠난다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운명의 힘에 이끌리기라도 하듯 저는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곧 바소라행 배를 탈 준비를 하였습니다. 저는 커다란 배 한 척을 마련하고, 장사할 상품이며, 항해에 필요한 식량이며, 그밖의 여러가지 물건들을 실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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