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에서 남쪽으로 차를 타고 20분쯤 가다보면 세계 최대의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오라클사가 인공호수에 둘러싸여 있다.
이 회사의 인터넷서비스 상품 생산부장인 로버트 플레밍은 요즘 하루에도 수십번씩 인터넷 상점을 지었다가 다시 허물곤 한다.
거대한 쇼핑 몰을 건설하기도 하고 소규모 상점의 쇼윈도를 짓기도 한다. 맘에 들지 않으면 허물어버리고 다시 짓는다. 물론 플레밍은 컴퓨터 안에서 이같은 일을 처리한다.
플레밍은 인터넷 상점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인터넷 마트 건설용 프로그램이다.
오라클이 인터넷 마트 건설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95년 이후.
세계적으로 인터넷 열기가 확산되면서 지구촌 곳곳에 인터넷 시장 건설붐이 일면서부터다.
그동안 데이터베이스 관리 프로그램 시장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해 온 오라클 사람들이 보기에 ‘전자상거래는 엄청난 양의 상품 데이터베이스와 돈의 지급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주는 일’이다. 때문에 세상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룬다고 자부해 온 오라클이 인터넷 마트 건설도 잘할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오라클의 인터넷 마트 건설에 쓰이는 중장비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우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대형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묶음이 밑바탕에 깔린다.
대형 인터넷 상점의 경우 고객의 수가 하루 1백만명을 넘고 이들이 둘러보는 상품정보만도 1천만건을 헤아리는 경우가 많다. 이 많은 자료와 온라인 정보처리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인터넷 마트의 초석이다.
그 위에 인터넷에서 다양한 상점을 꾸밀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이 올라간다.
여기에는 서점이나 여행사에서 자동차 가전제품 상점과 전국 유통 체인망에 이르기까지 가게를 장식하는데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상품 카탈로그 온라인 상품 설명기능을 만드는 프로그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여기에 고객이나 상점주가 필요한 것을 갖다 끼울 수 있는 접속용 프로그램이 보태진다.
‘인터 카트리지 익스체인지(ICX)’라고 불리는 이 개념은 오라클이 창안한 것으로 다른 회사들이 개발한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와 손쉽게 결합하도록 돕는다. 신용카드회사와 돈을 주고받는 전자결제 시스템만 해도 여러 종류가 있어 이중 어떤 것이든 상점 주인이 원하는 대로 결합시켜주기 위해서다.
이밖에도 오라클은 인터넷 상점을 어떻게 하면 손님에게 편하도록 꾸밀 수 있는지를 컨설팅해주고 효과적인 마케팅활동을 돕는 프로그램 묶음도 제공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인터넷 상점에 들어오면 전시된 상품을 보기 쉽고 편하게 하나하나 보여준다.
또 고객이 어떤 식으로 물건을 살펴보고 그것을 고른 뒤 살 것을 선택하는지 관찰한 후 이를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도록 한다.
24시간 판매가 특징인 인터넷 상점의 문을 닫지 않고 개보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티븐 레빈 인터넷 마케팅 부장은 “인터넷 상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를 한꺼번에 많이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 관리능력이 첫번째 요소”라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돈을 주고 받기 때문에 인터넷 상점의 금고가 털리지 않도록 지키는 보안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오라클은 이같은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 인터넷 상점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에만 6백여개 이상의 크고 작은 인터넷 상점이 오라클의 도움으로 가게 문을 열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www.amazon.com)의 뼈대도 오라클의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사이버공간에는 아마존 외에도 다양한 인터넷 상점이 활동하고 있지만 모두 가게 뒤편에는 오라클의 전자상거래 관련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라클은 전자상거래를 가능케 하는 인터넷 상점 건설 분야 시장만 2000년에 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오라클은 컴퓨터 정보통신 업체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평가한다.
인터넷 마트는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것 이외에 기업간의 대규모 거래에도 유용하다. 기업의 원자재 구매나 생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연결에도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어서 이 분야도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라클은 최근 일반 PC보다 훨씬 싼 네트워크 컴퓨터(NC)를 보급하고 이를 통해 인터넷 마트를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자상거래의 단말기로 PC값의 3분의 1 수준인 5백달러선의 NC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2000년까지 6백만대 이상의 NC가 보급되면 인터넷 상점 주인이나 소비자들이 훨씬 싼 값에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라클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마트 건설은 정보 사회의 사이버스페이스 거리 풍경을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마운틴 뷰·레드우드 쇼어스〓김승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