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중학교육의 대변신

  • 입력 1998년 1월 21일 20시 15분


▼선진국에서 살다 온 사람들에게 외국생활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을 말해보라고 하면 ‘교육서비스’를 꼽는 이들이 많다. 선진국 교육제도에서 두드러진 장점은 학생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수업방식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토론수업과 논술교육이다. 예를들어‘절약’이란 테마로 수업을 한다고 할때 우리는 대개 교사가 나서서 절약의 필요성을 강의하고 학생들은 이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선진국은 다르다. 교사가 강의 대신 학생들에게 각자 ‘절약’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게 하고 의견이 다른 학생끼리의 토론기회도 제공한다. 그런 다음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바를 정리해 일정한 분량의 글로 적어 내도록 지시한다. 우리가 수업의 ‘결과’를 중시하는 방식이라면 선진국은 ‘과정’에 더 의미를 부여하는 점에 차이가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새 학기부터 중학과정에 이같은 토론수업과 논술시험을 도입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객관식 시험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 교육풍토에서 혁신적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사지선다형 문제에서는 정답을 잘 골라내는 학생이 막상 설명을 하라고 하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말하기’와 ‘쓰기’는 그 자체로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향후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창의력을 배양하는 바탕이 된다. ▼과거 우리 교육은 선진국 제도를 그대로 들여온 사례가 많았다. 미국의 SAT시험을 흉내낸 대입 수능시험이나 논술고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장점은 별로 나타나지 않고 부작용만 남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중학 교육의 ‘대변신’은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예상되는 문제점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제도의 좋은 취지와 성과가 살아나고 우리 교육이 구태를 벗을 수 있다. 홍찬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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