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슐레이만. 어릴적부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에 심취했던 그는 전 재산을 털어 터키일대를 유랑하며 호메로스의 시에 나오는 트로이유적지를 찾아냈다. 그의 고집으로 신화속의 트로이목마가 마침내 역사의 전면으로 나오게 된 것.
태백시가 운영하는 태백문화원 사무국장 김강산(金剛山·48)씨는 ‘한국판 슐레이만’으로 통한다.
문화원에 있으면서 그가 역사로 살려낸 태백의 설화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호랑이에게 물려죽은 사람들의 무덤인 호식총의 발견은 민속학계에 파란을 일으켰고 태백산 천제단 개천절 천제도 부활시켰다.
오대산 우통소로 알려졌던 한강발원지를 태백시 사조동에 있는 검룡소로 바로잡았으며 ‘사시랭이’ ‘갈풀썰이’ 등 태백의 전래민속놀이도 발굴했다.
김씨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19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는 5형제의 ‘삼시 세끼와 잠자리’를 위해 절로 들어갔다. 거기서 김씨는 도를 깨우치겠다며 무술에 빠졌다. 밤이면 폭포수를 맞으며 수십m가 넘는 절벽도 건너(?) 다녔다. 그러기를 10여년, 아버지는 4대독자집안 장손으로 태어난 그를 ‘대를 이어야한다’며 속세로 내려보냈다.
군에서 제대하고나니 입에 풀칠할 일이 막막했다. 광원일도 하고 사우디 건설현장에도 갔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산속을 두루헤매며 새벽녘까지 책을 읽었다.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풍수지리서를 들고 영월 동해 삼척 봉화 등 백두대간을 훑었으며 한학실력도 옥편수준으로 다졌다.
이윽고 그의 열정과 박학다식함이 공무원들의 귀에까지 들어가 84년 태백문화원 사무국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정식학교라고는 다닌적이 없는 그가 현재는 한국민속학회회원이며 국사편찬위원회 태백시 사료조사위원이기도 하다.
〈태백〓허문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