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그렁,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딱딱 따그르르. 나무관세음보살”
서울 강남의 어느 지하철역앞. 매서운 겨울 바람을 가르고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와 목탁소리가 나란히 들려왔다. 자선냄비에서 스무 걸음쯤 떨어졌을까. 스님 한분이 시주함앞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계속 절을 하고 있었다. 구세군 사관은 신경이 쓰이는지 자주 스님쪽으로 눈길을 보냈다.
“하필이면 여기에다…” 그의 눈길에는 원망이 담겨있었다. 목탁소리에 뒤질세라 사관이 외치는 구호와 종소리가 갈수록 커져갔다.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스님이 주섬주섬 돗자리를 걷으며 갈 차비를 차렸다.
“가려면 일찍 갈 것이지.”
혼잣말로 투덜거리고 있는 사관을 향해 스님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무슨 일일까. 사관은 은근히 걱정이 됐다. 그런데 스님은 시주함에서 돈을 꺼내 자선냄비에 막 집어넣는게 아닌가.
“옛다, 오늘은 자선냄비에서 다 가져가라.”
돈을 다 넣고 지하도로 사라진 스님이 남긴 한 마디가 사관의 가슴을 쳤다.
“가난한 사람부터 도와야지.”
구세군의 황선엽사관(黃善燁·42·대한본영 문학부 서기관)이 자선냄비에 담겨진 훈훈한 사연과 목회현장에서 체험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었다. ‘사랑할수록 아름다워지는 세상’(에디아).
황사관은 “세상은 어둡고 힘들어 보이지만 따스한 사랑을 나누길 원하는 이웃들은 얼마든지 있다”며 “남을 위하려는 작은 마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했다.
〈김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