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세원/386세대여 가슴을 펴자

  • 입력 1998년 1월 24일 20시 39분


요즘 대학가엔 ‘그때를 아십니까’‘감격시대’같은 과거지향형 카페가 유행이라고 한다. 이름만 그런게 아니고 삐걱이는 여닫이문이며 가운데 화덕이 놓인 양은탁자에 노가리 닭똥집같은 메뉴까지 옛날식이다. ‘구조조정’이란 폭풍에 휘말려 언제 꺼질지 모르는 ‘촛불’들끼리 몰려가 본 ‘70년대 스튜디오’. 한때 유행하던 음악다방에 온 것 같았다. 판자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탁자며 한쪽 벽을 가득히 채우고 있는 LP반(盤)들이 새삼스럽게 향수를 자극했다. 나이가 지긋한 주인겸 DJ는 1천장은 됨직한 음반사이를 누비며 손님들이 주문한 음악을 골라내기 바빴다. 김민기나 양희은의 색깔있는 노래들보다 나미의 ‘슬픈 인연’이나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같은 유행가가 오히려 가슴을 파고들었다.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70년대, 80년대를 되살려내고 있다. 올챙이적 시절을 돌아보며 현재의 홍복을 되새김질하는 호사 차원이 아니다. 생사의 절박한 기로에서 돌아보는 ‘그때’이기에 더욱 절실하다. 그때 자유를 빼앗겼다면 지금은 지갑을 빼앗긴 건가. 그때 우리는 독재라는 적에 맞서 함께 싸우는 동지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 다투는 경쟁자가 되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386세대.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 입학한 30대를 일컫는 말. 87년 민주화의 봄을 이끌었던 386세대 화이트칼라들이 어쩌다 기업체마다 잘라내야 되는 골칫거리 군살덩어리로 전락해 버렸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치 앞이 보이지 않던 암흑시대도 뚫고나온 우리들이 아니었던가. 오늘 노래방에 가서 ‘사노라면’을 목청껏 외쳐부르며 신발끈을 고쳐매보자.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궂은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내일은 해가 뜬다.” 김세원<문화부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