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91〉
촛불이 켜져 있는 그 아름다운 침실과 침상을 둘러보며 저는 다시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이 아름다운 침실에서 주무시는 사람은 어떤 분일까?”
저는 부엌, 식료품 창고, 보물 창고 등을 거쳐 궁전 안 여기저기를 샅샅이 둘러보았습니다. 그렇게 궁전 안을 둘러보는 동안 정말이지 저는 별의별 것을 다 보았고, 두려움과 놀라움으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궁전 어디에도 살아 있는 사람은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궁전 안을 둘러보는 동안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도무지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깊은 궁전 안에서 저는 길을 잃고 말았던 것입니다.
저는 궁전 안을 돌고 돌다가 가까스로 촛불이 켜져 있는 아까 그 밀실로 되돌아왔습니다. 그 아름다운 밀실로 되돌아온 저는 코란을 좀 외고 나서 침상 위에 누웠습니다. 부드러운 비단 이불을 덮고 누웠지만 저는 마음이 산란하여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침상에서 잠을 잤던 사람은 틀림없이 고귀한 사람일 거야.”
저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늦도록 뒤척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너무나도 고운 음성으로 두런두런 코란을 외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죽은 듯이 조용한 공기가 사람의 소리로 깨뜨려지는 것이 너무나 기뻐 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습니다. 그 음성은 그러나 퍽 힘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 소리를 따라 가만가만 걸어갔습니다. 복도를 따라 잠시 걸어가니 문 하나가 빠끔히 열려 있었습니다. 그 열려져 있는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던 저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곳은 조그마한 기도실로 제단 위에는 두 개의 촛불이 켜져 있고, 제단 위 천장에는 정교한 장식이 되어 있는 램프가 하나 매달려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기도용 양탄자 한 장이 깔려 있고, 그 양탄자 위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젊은 남자 한 사람이 단정한 자세로 앉아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젊은이 앞에 놓인 조그마한 탁자 위에는 코란이 펼쳐져 있는데, 젊은이는 그것을 한줄 한줄 읽어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온 장안을 둘러보아도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적막한 도시에 이런 아름다운 젊은이가 혼자 살아있었다는 것이 의아스러웠고, 죽은 듯이 조용한 이 궁전의 기도실에서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났다는 것이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러나 처음에 저는 좀 망설였습니다. 늦은 밤, 이 적막한 궁전 안에서 만난 낯선 남자 앞에 젊은 처녀가 얼굴을 내민다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곧 용기를 내어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젊은 남자는 내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코란을 읽는 데만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여보세요!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당신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한 저는 그 젊은 남자 앞에 얌전히 이마를 조아렸습니다. 그때서야 남자도 저를 발견하고는, 이마에 손을 대고 공손히 답례를 보내왔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