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국내 금모으기 운동이 외화 보유액을 다소나마 늘리고 국난극복을 위한 민족의 단결을 과시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금을 내놓는 긴 행렬에 전 국민이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으로 비쳤는지 외국 언론의 취재도 잇따르고 있다.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갖가지 금붙이를 선뜻 내놓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이겨내지 못할 난관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운동이 널리 확산되면서 이런 저런 뒷이야기가 풍성하다. 순금인줄 알고 받았던 행운의 열쇠가 14K 합금인 것으로 밝혀져 제작자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도 있었다. 한 유명체육인은 자신이 받은 올림픽 금메달을 가족회의 결정에 따라 내놓았고 주한 외국인까지 운동에 동참했다. 이 와중에 관공서나 기업체가 수집목표량을 미리 정해놓은 데서 비롯된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다.
▼일부 관공서 등에서는 상부에서 정한 의무량을 채우기 위해 일부 직원이 금은방에서 금을 사다 내놓는 사례까지 있다는 소식이다. 가급적 많은 양을 모으고 싶은 ‘의욕’ 때문이겠지만 이번 운동의 본뜻이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있는만큼 강제나 강요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아울러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볼 때 금괴를 보유중인 일부 부유층의 동참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반지 등 서민이 내놓는 금붙이는 금괴에 비하면 극히 적은 양에 불과하다. 금괴가 꼭 나와야만 장롱 속에 사장되는 금을 활용한다는 운동의 취지가 살아난다. 각계각층이 골고루 힘을 모은다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일부의 지적대로 단순히 경제효과를 따진다면 이번 운동이 그리 대단한게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갈수록 거칠어지는 IMF파고 앞에서 국민단합의 효과는 기대 이상임에 틀림없다.
홍찬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