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외환위기의 원인규명과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특별감사가 곧 실시된다. 재정경제원 한국은행 은행감독원 청와대경제수석실 국무총리행정조정실 등 관계기관은 물론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어떤 형식으로든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감 결과 필요하다면 검찰 수사도 뒤따를 예정이다.
이번 특감은 나라 경제를 부도 직전으로까지 몰고 간 외환위기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국가적 재난인 외환위기의 원인을 밝혀냄으로써 다시는 그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요청은 국민적 합의나 다름없다. 사회 전체의 고통분담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경제 실정(失政)의 책임은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
외환특감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단순히 외환위기 보고가 왜 늦었는지, 은폐나 허위보고 축소조작은 없었는지를 따지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 외환위기를 과연 언제 알았으며 왜 국가부도 직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국가파산 직전에 이르러서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는지 등의 여러 의혹들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동안 외환관리를 어떻게 해왔으며 그 많던 보유외환을 어디에다 썼고 현정부 출범당시 4백20억달러였던 외채가 왜 불과 5년 사이에 1천5백30억달러로 불어나게 됐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기아사태의 늑장처리가 외환위기를 더욱 부추겼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대한 조사도 빼놓을 수 없다.
이같은 특감과정에서 엄격히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논리의 개입이다. 현 정치권의 청산작업을 위한 정치적 희생양 찾기가 되어서도 안되지만 성역이 있어서도 안된다. 더구나 새 정부의 경제청문회를 염두에 두고 특정인에게 미리 면죄부를 주기 위한 면책성 감사가 되어서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감사원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감찰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이번 외환특감이 현 정부의 경제 실정을 파헤치고 재평가하는 작업인 만큼 정치성을 띨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지만 그런 만큼 감사원의 자세는 더욱 엄정해야 한다.
외환특감이 과거 국회청문회처럼 요란해서는 안된다. 현 정부의 임기내 마무리 방침도 지켜져야 한다. 특감의 신속한 진행과 처리는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정부조직개편이 단행되면 사실관계와 책임소재 파악이 어려워진다는 점도 있지만 경제에 주는 충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외환위기의 재연 가능성은 상존해 있으며 수많은 개혁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같은 시점에서 관련기관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되거나 특감에 붙들려 정작 중요한 일들을 추스르지 못한다면 낭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