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文武)겸비’. 프로골퍼중 ‘인격(문)과 실력(무)’을 모두 갖춘 대표적인 선수는 바로 잭 니클로스와 톰 왓슨(이상 미국).
때문에 이들은 ‘골프황제’와 ‘신 골프황제’로 불리며 수십년간 팬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왔다.
어니 엘스(28·남아공)는 타이거 우즈(22·미국)를 제치고 ‘차세대 니클로스’를 뜻하는 ‘골프황태자’로 불린다. 그 이유는 98조니워커클래식 내내 여실히 입증됐다.
골프채 내팽개치기, 얼굴을 찡그리며 욕설내뱉기, 갤러리들의 환호에 거만한 태도로 무응답, 팬들의 사인요구 거절….
사상 처음으로 US아마선수권 3연패, 최연소 마스터스대회 정상등극의 ‘금자탑’을 세운 우즈가 단지 ‘신동’에 머물고 있는 것은 이렇듯 ‘인격’을 겸비하지 못했기 때문.
우즈는 첫라운드 16번홀(파4)에서 세컨드샷을 그린앞 벙커에 빠뜨린 뒤 벙커샷마저 실패하자 골프채로 벙커턱을 내리치며 볼썽사나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는 이븐파(72타)에 그친 이날 거의 매홀마다 한 번 이상씩 골프채로 땅을 내리쳤다.
반면 라운딩 내내 감정을 억제한 엘스의 세련된 플레이매너는 우즈와 대조적. 3라운드 14번홀(파3)에서 티샷을 연못에 빠뜨리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기록,1타차로 닉 팔도에게 추격당한 순간.
하지만 엘스의 표정은 담담했다. 우즈였다면 붉으락 푸르락했을 것이 분명하다. 함께 라운딩하는 선수가 굿샷을 날리면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여유’도 돋보였다.
인격은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 때 빛을 발하는 것. 일부 전문가들이 ‘우즈의 골프생명은 5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는 이유도 골프가 철저한 ‘마인드게임’이기 때문.
우즈는 지난해 전담 심리학자 2명을 고용했다. 그러나 아직 ‘효험’은 없는 것 같다.
〈푸케트〓안영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