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24)

  • 입력 1998년 1월 26일 08시 43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92〉 불빛 속에서 보니 그 젊은 남자는 세상에 둘도 없는 미남이었습니다. 얼굴은 만월과 같고 눈과 코는 더없이 아름다웠습니다. 볼은 매끈하여 윤기가 돌고, 이마에는 신비한 아름다움이 넘쳐흘렀으며, 키는 날씬하고, 몸매는 더없이 균형이 잡혀 기품이 있었습니다. 이런 멋진 남자에 대해서는 옛시인도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별빛 유난히 찬란한 그날 밤, 점성사들은 천상도(天象圖)를 그렸더라. 그러자, 아, 보라! 나타난 것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젊은이. 토성은 그의 머리털을 흑옥색으로 물들이고, 장밋빛 볼에는 개암빛 사향의 검은 점을 찍었다. 화성은 진다홍 빛으로 양 볼을 채색하고, 사수좌는 눈시울로부터 활을 쏘았다. 수성은 총명한 지혜를 젊은이에게 주고, 곰의 자리는 모든 사악한 눈길을 막아주었다. 오! 놀라워라! 그 불가사의한 젊은이의 탄생을 보고, 만월은 대지에 허리를 굽혀 입맞추었다. 그 아름다운 남자를 단지 한번 보았지만 저는 대번에 마음이 산란하여 심장이 고동을 치고, 수줍음으로 얼굴이 달아올라 낯을 들 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숨이 가빠 자신도 억제할 수 없는 할딱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말했습니다. “당신이 읽고 계신 알라의 성전에 두고, 제발 제가 묻는 질문에 대답해 주세요.” 제가 이렇게 말하자 남자는 더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알라의 시녀여! 그보다 먼저 어떻게 당신이 여기까지 들어왔는지 말씀해 주구려. 그러면 나도, 당신이 묻는 질문에 대답해 주리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정말이지 저는 그의 그 아름다운 음성에 완전히 압도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다소 허둥대는 목소리로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에 대하여 말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 난 남자는 몹시 놀라워했습니다. “당신처럼 젊고 아름답고 가냘픈 처녀가 그 먼 길을 왔다니, 놀랍기만 하군요. 이 죽음의 도시에 살아 있는 사람을, 그것도 당신처럼 아름다운 분을 보내주신 알라께 감사합니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저는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 도시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되었지요? 왜 하나같이 검은 돌이 되었지요? 그리고 어떻게 당신 혼자만 그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요?” 제가 이렇게 묻자 남자는 말했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이렇게 말하고 난 그는 공손히 코란을 덮어 가지고는 비단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자기 옆에 앉게 했습니다. 그 아름다운 젊은 남자 옆에 앉자 저는 너무나 기쁘고 황홀하여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마음 속으로 외쳤습니다. “오, 이 아름다운 분께 내 순결을 바치고 이분의 자녀를 낳아드릴 수만 있다면….”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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