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부인하면서 전반적으로 하는 말들은 애매모호하고 부분적이며 불충분하다.
사실을 빼고 말해 책임을 면하려는 이같은 시도는 형사(刑事)조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지도자인 클린턴에게는 합당하지 않은 처사다. 이제 클린턴대통령은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상세하게 말해야 한다. 저녁시간에 차분하게 모든 국민에게 TV를 통해서.
국민은 언론담당 비서나 변호사의 얘기는 많이 들었다. 지금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때다. 소수의 배심원이 아니라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전 국민이 직접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해 국민이 의심을 품기 시작했을 때 모든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연설이 끝난 후에는 기탄없이 질문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거듭 밝히거니와 클린턴대통령은 단편적인 얘기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그만이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털어놓아야 한다. 녹음테이프에 담겨있는 르윈스키와 그의 동료 린다 트립이 나눈 대화내용을 자꾸 부인할 경우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한 무명의 젊은 여성이 어떻게 워싱턴의 최고위층 권력자들과 선물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는지는 클린턴대통령만이 알고 있다. 그만이 르윈스키의 전화자동응답기에 실제로 메시지를 남겼는지, 그리고 CNN이 보도한 것처럼 이달초 르윈스키에게 “부인해. 부인해”라고 말했는지를 알고 있다.
역시 그만이 “지난해 10월7일부터 12월8일 사이 9통의 편지와 선물들이 르윈스키에게서 전달됐다”는 뉴스위크지 보도의 진위를 알고 있지 않은가.
클린턴대통령이 완전한 사실을 털어놓는 것만이 이 사건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국민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이다.
〈정리·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