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교섭 중에도 어업은 특히 어려운 분야다. 해면에 물리적인 경계선을 긋는 것이 불가능하고 어획규제는 바로 국내 정치문제가 된다. 영토를 둘러싼 감정적인 대립이 얽히면 더욱 어렵다.
일본정부가 일한(日韓)어업협정 종료를 한국측에 통고했다. 일본과 한국처럼 우호관계인 나라 사이에 일방적인 조약파기는 국제적으로도 드물다. 일한관계 전체의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파기통고는 지극히 나쁜 시기의 위험한 결단이었다.
양국 지도자와 국민은 해양법조약의 역사적 의의와 혜택을 다시 생각해 지금까지의 교섭이 왜 삐걱거렸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양국이 비준한 해양법조약은 연안 2백해리에 배타적경제수역을 정해 어획가능량 설정과 연안국의 단속을 통해 자원을 관리 보전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일한간에도 12해리 영해 밖이라면 상대국 연안에서의 조업이 자유로운 현협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측도 독도 영유권과 어업문제 분리를 수용, 최종단계에서는 일한 양국이 조업할 수 있는 잠정수역을 독도 주변에 설정하는 데 동의했다.
막바지에 이른 교섭이 결렬된 원인은 잠정수역의 범위를 둘러싼 작은 대립이었다. 결렬의 배경에는 상호불신이 있다. 양국 정부는 국내 어업단체와 정당을 설득, 교섭을 마무리할 지도력이 부족했다.
교섭을 재개하려면 먼저 하시모토―김대중 양국 정상이 가급적 빨리 타결을 위한 정치적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국내의 강경론을 억제하고 지금까지의 교섭을 통해 도달한 성과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본 주변 바다의 자원은 한국을 포함한 공동책임에 의해 보전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장기적 공통이익을 위해 현실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일한 관계는 그것이 가능한 정도까지 성숙해 있다.
〈정리·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