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제24회 쌍용기 고교농구대회. 여자부에 출전한 9개팀 가운데 엔트리 12명을 못채운 팀은 선일여고(10명) 한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선일여고도 전년도 대회 우승팀의 호화멤버.
97년 33회 대회. 여자부 출전팀은 9팀으로 똑같았지만 엔트리를 못채운 팀이 무려 5팀. 이중 염광여자정보산업고는 절반을 겨우 넘는 7명이었다.
여고부 4강이 출전한 97∼98농구대잔치. 숭의여고만 엔트리를 채웠을 뿐 선일여고(11명) 동주여상(10명) 기전여고(11명)는 모두 미달. 특히 기전여고는 엔트리는 11명이지만 실제로 뛸 수 있는 선수는 5명뿐이다. 한명이 5반칙으로 나가면 4명이 뛸 수밖에 없다.
4강이 이 정도니 다른 팀의 사정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름만 걸고 있을 뿐 대회에 출전조차 못하는 팀도 적지 않다.
지난해말 몰아친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여자실업팀이 잇따라 간판을 내렸다. 코오롱 외환은행 한국화장품은 이미 해체했고 대웅제약도 23일 농구대잔치 상업은행과의 경기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지난해 초의 제일은행까지 합치면 13개팀중 5개팀이 1년사이에 사라진 셈이다.
앞으로 또 어느 팀이 사라질지 모른다. 여자실업농구의 이같은 쇠락은 여고농구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다. 기전여고의 이기호코치는 “농구를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실업팀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불안이 여고선수들에게 퍼져있다”며 “올해부터 여고팀도 해체 도미노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80년대 후반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여자농구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일부 실업팀이 내달부터 여자프로농구를 출범시키려는 것은 명맥을 잇기 위한 마지막 발버둥이다.
여자농구를 살릴 길은 없을까. 함께 ‘솔로몬의 지혜’를 짜내보자.
〈최화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