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도 기득권 포기를

  • 입력 1998년 1월 31일 20시 16분


사회전반이 고통스러운 자기개혁을 요구받는데도 정치권만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지는 오래다. 그런 터에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 박태준(朴泰俊)총재가 정치구조개혁을 추진키로 합의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특히 5월7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현행제도로 치르려던 국민회의가 방침을 바꿔 그 이전에 지방의회도 개혁키로 결정한 것은 바람직하다. 지방의회의 방만한 규모와 비능률적 운영을 뜯어고치지 않고는 온전한 정치개혁을 이룰 수 없다. 광역의회가 9백72명, 기초의회가 4천5백41명의 의원정수를 가진데다 의원들에게 각종 수당까지 지급하는 현행제도로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타파하기 어렵다. 광역의회를 3분의 2, 기초의회를 2분의 1로 축소하자는 내무부 제안은 고려할 가치가 있다. 필요하다면 선거구도 재조정해야 한다. 수당도 재검토하는 것이 옳다. 중앙당 시도지부 지구당을 포함한 정당개편도 이와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여야는 지방선거를 6월4일경으로 늦추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선거 90일전(2월6일)까지로 정해진 지방선거출마자 공직사퇴시한에 숨통을 터주려는 계산도 깔린 듯하다. 그럼에도 지방의회개혁에 필요하다면 7월1일의 2기 지방자치 출범에 차질을 주지 않는 선에서 선거를 연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문제는 개혁을 제대로 하느냐 여부다. 정치개혁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국회의 구조조정이다. 본란은 국회의원정수를 현행 2백99명에서 2백명까지 줄이고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시도별 정당명부제(대선거구제)도 검토해보도록 촉구한 바 있다. 정치권에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바꾼다면 중선거구제가 낫다는 의견이 있다. 중선거구제는 정당의 지역편중 완화라는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선거구제가 ‘돈 덜드는 선거’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우리와 일본의 경험에 유념할 필요는 있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중에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 3,4월까지 개혁안을 내자는 데 접근하고 있다. 이 특위에 민간전문가를 비중있게 참여시켜 초당적이고 획기적인 개혁안을 만들기 바란다. 정치개혁의 성패(成敗)는 역시 정치권이 얼마만큼 기득권을 포기하느냐에 달렸다. 김영삼(金泳三)정권의 개혁실패도 기득권세력의 조직적 저항과 방해 때문이었다. 특히 국회는 입법권을 악용해 다른 어느 집단보다도 ‘제 머리’를 깎지 않고 지내왔다. 국회가 그런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정치개혁은 이번에도 헛구호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고통을 분담하려던 노사(勞使)가 다시 등을 돌리고 국가위기 극복도 훨씬 요원해질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