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다시 살아난 「내린천」

  • 입력 1998년 1월 31일 20시 16분


미국 샌프란시스코만으로 흘러드는 몇몇 강과 하천에서 낚시를 하려면 ‘미늘이 없는’ 낚시바늘을 사용해야 한다. 수년 전 이 지역 지방자치단체가 강에서 살고 있는 숭어의 단위면적별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사실을 알아내고 미늘 없는 낚시바늘만 사용토록 조례를 고쳤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어족보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숭어의 수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숭어먹이가 급속히 증가하게 되고 그에 따른 연쇄적인 생태계변화를 막기 위한 배려였다. ▼미국 오리건주를 관통하는 컬럼비아강에 건설된 댐의 한쪽에는 완만한 경사수로가 따로 만들어져 있다. 연어들이 산란을 위해 쉽게 상류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한 연어통로다. 관광객들은 유리벽을 통해 연어들이 경사로의 급류를 헤치고 댐 상류로 오르는 장관을 보며 즐길 수 있다. 이 역시 강이나 하천의 개발과 이용에 얼마나 섬세한 자연생태학적 고려가 선행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소양강댐의 홍수조절능력을 높이기 위해 검토됐던 내린천댐 건설계획을 백지화했다는 소식이다. 건설교통부와 강원도가 인제군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자 내린천 보조댐건설을 포기했다. 대신 소양강댐의 여름철 댐수위를 지금보다 낮춰 홍수조절 용량을 늘리는 한편 댐 정상에 1m 정도의 홍수방지벽을 만들어 이 댐의 홍수조절능력을 높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건교부와 강원도가 자연파괴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내린천의 자연을 파괴하려고 덤벼든 것임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한마디로 졸속 개발계획의 한 사례로 남게 됐다. 어쨌든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천’중의 하나로 꼽히는 내린천이 자연 그대로 살아남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김차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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