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국정운영의 나침반이 될 국정이념으로는 ‘민주적 시장경제론’이 확정적이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지론인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병행’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새 정부의 국정지표에는 △국민통합 △남북통일 대비 △21세기 새로운 시대를 위한 준비 △도덕적 선진국가 구현 등 네가지 주제를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차기대통령측은 새 정부 국정운영의 청사진인 1백대 과제 선정작업이 거의 마무리됨에 따라 국정이념의 체계화와 국정지표 마련작업에 착수했다.
이 작업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분과와 고려대 최장집(崔章集), 성균관대 김태동(金泰東), 숭실대 이진순(李鎭淳)교수 등 김차기대통령을 외곽에서 지원해온 ‘싱크탱크’팀이 맡고 있다.
민주적 시장경제론의 모델은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한 독일 에르하르트 초대경제부장관(사민당)이 구체화시킨 ‘사회적 시장경제론’. 독일은 이 이론에 따라 2차세계대전 패배후 신속히 경제적 기초를 다진 뒤 단계적으로 사회보장 기반을 확대했다.
경제운용은 철저히 시장경쟁 원리에 따르되 그에 따른 사회적 불균형은 정부가 조세정책 사회보장정책 등을 통해 보정(補正)한다는 게 이 이론의 골자다.
그러나 김차기대통령측은 여기에다 미국의 다원주의적 요소와 일본의 협조주의적 요소를 가미, 공동체 정신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인본적 가치에 바탕한 ‘한국형 시장경제체제’를 구상하고 있다.
인수위 정책분과 이해찬(李海瓚)간사는 이같이 밝히고 “민주적 시장경제론은 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에 의한 경제발전을 꾀하면서도 동시에 경제활동의 각 주체간에 ‘동반자적 관계’에 의한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월급이 1백만원이든 2백만원이든 임금결정은 노동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에 맡기되 정부는 고소득자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으로 저소득자의 생활보장과 복지향상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민주적’과 ‘사회적’의 차이는 한국과 독일의 정치발전단계의 차이에 대한 고려에서 기인한다는 게 이간사의 설명. 즉 독일에 비해 아직 민주적 토양이 덜 성숙한 한국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절차가 내용이나 결과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차기대통령측은 이를 위해 ‘작지만 오히려 강력한 정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시장질서의 보장과 시장결과의 교정을 위해 정부의 책임있는 정책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현재 정부조직개편심위가 추진중인 정부조직개편 방향에도 새정부의 이같은 의지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김차기대통령측은 또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할 때까지는 ‘민주적’보다는 ‘시장경제’쪽에 더 무게를 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정리해고도입 기업구조조정 공기업민영화 및 공무원감축 등 현재 추진중인 핵심적인 개혁작업도 같은 맥락이다.
김차기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 민주적 시장경제론에 바탕한 새 정부의 국정방침을 분명하게 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