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간판이 좋아 취직 걱정이 없던’ 명문대들도 사상 유례없는 취업난 앞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대 인문대에서 가장 취업이 잘 되는 과로 알려진 영문과의 경우 2월 졸업을 앞둔 24명 가운데 진로가 확인된 22명중 1명만이 대기업체에 취직했다. 지난해 졸업자 26명 가운데 12명이 취직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대는 졸업생들이 취직보다는 다른 진로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 낮은 취업률만으로 사회진출이 좌절됐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 대학원 진학과 고시준비에 몰린 숫자가 많기 때문.
영문과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대학원 진학예정자가 4명 늘어난 13명. 여기에다 2명이 유학을 준비중이고 다른 2명은 고시공부를 하고 있다. 경제학과의 경우에는 확실한 신분보장을 위한 고시족들이 수두룩하다.
“기업체에 입사했다가 40대에 명예퇴직을 당할 수도 있는데 차라리 고시를 통해 안정된 직업을 얻는게 나은 것 아닌가요.”
2학기 전공과목 하나를 일부러 수강하지 않고 졸업을 1년 미룬 채 행정고시를 준비하기로 결심한 방모씨(26)의 생각이다.
이같은 고시열풍은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연세대 경제학과의 경우 미취업자 55명 가운데 절반 남짓한 28명이 고시 및 공인회계사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모씨(28)는 대기업과 금융기관 두 곳에 합격했으면서도 고용불안을 염려해 입사를 포기하고 행정고시를 준비중이다.
〈김경달·윤종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