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파이어라이트」,씨받이여성 눈물겨운 혈육찾기

  • 입력 1998년 2월 4일 07시 45분


‘파이어라이트’는 대리모가 된 여성 로리에(소피 마르소)가 아기를 넘겨준 후에도 남자와 함께 한 사흘밤낮을 못잊어 그를 찾아 나선데서 이야기를 만들 어간다. 그 남자는 식물인간이 된 아내와 음울한 결혼생활을 하는 영국귀족 찰스 고드윈(스티븐 딜레인). 수소문을 거듭하던 로리에가 7년만에 그의 성을 찾아 가정교사로 들어올때 그는 자기 사업인 개량종 양을 얻기위해 인공교배에 한창이었다. “좋은 암컷이야. 훌륭한 새끼를 배야 할텐데.” 그의 무신경은 로리에를 파고들지만 모성애는 그녀를 끝내 성에 머물게 만든다. 그러나 딸은 망나니가 돼있으며 생모를 알아볼리 없다. “고향으로 꺼져버려”라고 말할뿐. 소피 마르소는 이미 ‘안나 카레니나’등에서 유부녀역을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그녀는 자신을 모른체하려는 ‘남자’의 봉건적 위선과 어린 딸의 무정함을 녹여내는 여성의 외유내강을 능란하게 연기한다. 감독 윌리엄 니콜슨의 연출에 의해 고드윈의 연못은 늘 얼어붙어 있고, 어린 딸을 몰래 엿보는 로리에의 창은 성에로 가득하다. 이들을 녹이는 로리에의 힘은 어색하기 그지없던 대리모의 첫날밤에 보여준 고드윈의 인간애와 침상 옆에서 타들어가던 파이어라이트(난롯불)에 대한 기억. 병든 아내와 함께 사는 불우한 귀족과 어린 딸, 그와 어려운 사랑을 시작하는 가정교사의 인물구성은 ‘제인 에어’에서 가져온 것이다. 쓸쓸한 고성과 아내의 죽음 후에 맺어지는 사랑도 흡사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대리모 모티브와 현실감 넘치는 소피 마르소의 연기로 새로운 변주(變奏)에 성공했다. 지난해 산세바스티안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과 촬영상 수상작. 7일 개봉된다. 〈권기태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