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마르셀의 추억」,佛작가 빠뇰 자전에세이

  • 입력 1998년 2월 4일 07시 45분


‘프로방스의 마크 트웨인’이라 불렸던 작고한 프랑스 작가 마르셀 파뇰은 이야기의 마력이 무엇인지 아는 이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 ‘어린시절의 추억’을 영화로 옮긴 ‘마르셀의 여름’과 ‘마르셀의 추억’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과 내면의 성숙이 위트와 동화적인 스릴러, 긴장감과 안도의 해결 속에 펼쳐진다. 공부 잘하는 소년 마르셀은 귀족처럼 도도한 소녀 이자벨을 만나 넋이 빠진다. 그러나 그녀 역시 배탈이 나면 설사를 하는 ‘육신을 가진 존재’이며 주정뱅이 삼류 시인의 딸, 거짓말을 일삼는 인간임을 알게 되면서 마르셀은 한층 더 속이 깊어진다. 원작자의 이야기 솜씨는 다음 단락에서 능란하게 발휘된다. 주말마다 마르셀 가족은 시골 별장을 가게 되는데 지름길로 가기 위해 귀족들의 성채 앞뜰을 아슬아슬하게 숨어 지나가야 한다.마치 동화속의 갇힌 공주를 구하기 위해 마귀의 성들을 지나는 기사들처럼. 소년 마르셀은 이 와중에서 부모가 봉변을 당하고 무기력하게 꺾이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훌쩍 성숙해 간다. 훗날 영화감독이 된 마르셀이 사들인 성(城)이 바로 부모가 모욕당하던 그 성임을 알게 되는 장면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그때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을 부숴 열며 마르셀은 관념의 빗장을 해체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던 어머니의 능력을 깊이 빨아들인다. 그래서 이 작품 원제가 ‘어머니의 성’이다.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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