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완전 자유화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M&A하려는 기업 이사회의 동의없이 취득할 수 있는 지분율이 10%에서 33.3%로 높아지고 의무공개매수제마저 완전히 폐지되기 때문이다. 이제 외국자본이 국내에 상륙, 무차별 기업사냥에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었다. 더구나 외국투자자들이 노리는 국내 우량기업들의 주식값이 크게 떨어진데다 대부분 상장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금동원 능력은 한계에 이르렀다.
외국투자자들은 종목당 주식투자 한도가 50%로 확대된 작년말부터 국내 우량기업의 주식을 집중 매입, 대주주들과의 지분경쟁에 나섰다. 이에 따라 1월말 현재 외국인 전체 지분율이 30%를 웃도는 상장기업만도 30여개에 이른다. 국내 초우량기업이랄 수 있는 주택은행 SK텔레콤 삼성전자 삼성전관 등의 외국인 지분율은 이미 경영권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외국자본이 노리는 M&A 대상도 은행과 증권 보험사 등 금융기관과 자동차 석유화학 전자 정보통신 등 국가기간사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외국인의 국내기업 M&A를 무작정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외자유입촉진과 경영 및 기술능력 이전 등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또한 외국인들의 경영참여가 이루어지면 과거와 같은 방만한 경영에 제동이 걸리고 시장지배력을 갖춘 경쟁력 있는 기업의 출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장은 우려되는 부작용이 더 크다. 무엇보다 국부(國富)의 유출이 큰 걱정이다. 투자자본에 대한 과실송금은 당연하지만 이른바 핫머니의 유출입은 국민경제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더욱 극단적으로는 국가이익과 상충되는 경영형태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적자생존의 정글법칙만이 지배하는 기업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상적인 경영활동보다 경영권 방어에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게 되었다.
외국인 적대적 M&A에 대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출자총액한도제를 없애고 자사주 매입한도를 33.3%까지로 높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금동원력과 M&A기법 및 방어전략에서 크게 밀리는 국내기업들이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경영권을 지켜낼지는 의문이다. 지금부터라도 기업은 서둘러 스스로의 방어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호적인 기업과 기관투자가와의 상호지분 보유, 스톡옵션제 활용, 자사주 매입 등이 사전전략이라면 역공개 매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발행 등은 유효한 사후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영권 방어는 우리기업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