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종의 건강바로잡기 ③]임산부와 스트레스

  • 입력 1998년 2월 5일 20시 28분


임신부의 심신상태는 태아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 임신부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면 태아도 알코올이나 니코틴의 혈중농도가 올라간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임신부가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릴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게 되며 태아는 곧바로 이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당성 코르티코이드는 손쉽게 자궁의 태반 장벽을 넘어 단숨에 태아의 뇌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임신부가 만성 스트레스를 받은 후 낳은 아이는 대체로 키와 몸무게가 평균치에 크게 못 미친다. 지능지수(IQ)도 떨어지고 자라서 대인관계에서 위축된 행동을 보이는 등 사회활동도 원만치 못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스라엘 하다사의대 마사 와인스톡박사의 동물실험은 임신부의 스트레스가 어린이에게 얼마나 해로운지를 잘 보여준다. 와인스톡박사는 새끼 밴 쥐에 불규칙한 간격으로 시끄러운 소음 스트레스를 준 후 그 과정에서 태어난 새끼 쥐들을 관찰했다. 그 결과 새끼 쥐들은 공포감을 느끼고 안절부절못하며 외부 자극에 매우 민감한 행동을 했다. 반면 그런 소음에 시달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태어난 다른 새끼 쥐들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 연구팀이 스트레스를 받고 태어난 새끼 쥐들을 검사한 결과 뇌하수체와 부신(副腎)이 과잉반응을 나타내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었다. 이 새끼 쥐들은 성장해서도 정상적인 다른 쥐와 달리 뇌세포 안의 가바(Gaba·감마 아미노 부틸산)수용체란 것이 거의 없었다. 가바 수용체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신경이 너무 흥분될 때 이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이 가바수용체가 크게 부족했기 때문에 새끼 쥐들이 안절부절못하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어린이에게 가해지는 만성 스트레스의 영향은 어른과 같다. 그러나 어린이는 뇌세포가 성장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은 훨씬 크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세포 분화를 저해, 뇌세포의 성장과 발달을 막음으로써 신경전달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또 두뇌 유전인자의 DNA 함량이 적어져 뇌에 필요한 물질을 만드는 데도 지장을 받는다. 이런 어린이는 일찍부터 기억력이 약하고 면역기능도 떨어져 병에 잘 걸리게 된다. 갓난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는 감성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손상돼 감성 기능장애도 생길 수 있다. 임신부가 심한 부부싸움을 한다든가, 어린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부부가 다투는 것은 가족 모두에게 해가 될 뿐이므로 슬기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 다음 회에는 사회계급과 스트레스에 대해 알아본다. 강성종(전 뉴욕 마운트사이나이의대교수·미국 바이오다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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