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텔레비전에서 본 한 장면이 생각난다.
코미디언 한 사람이 ‘대상’을 받고 뛸 듯이 기뻐한다. 그러나 그 다음 코미디언에게는 ‘특대상’이, 마지막 사람에게는 ‘왕특대상’이 주어진다.
5년전 김영삼(金泳三)정부가 출범할 때 굳이 새 정부의 명칭을 ‘문민정부’로 고집한데 이어 25일 출범할 차기 정부의 이름을 ‘국민의 정부’로 확정했다는 소식은 코미디언들이 풍자한 ‘상의 인플레이션’을 연상케 한다.
‘문민’은 영어 ‘시빌리언’을 번역한 말로 ‘군인이 아닌 일반인’을 말한다.
굴비두름처럼 줄줄이 이어졌던 군 출신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려 했다지만 ‘김영삼 정부’면 족하지 ‘문민정부’라는 이름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때문에 ‘문민정부’는 ‘세계화’의 영어표기를 ‘Segyewha’로 고집한 것과 함께 김영삼정부의 코미디였다는 평조차 있었다.
김한길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은 지난달말 ‘국민의 정부’를 설명하면서 “새 정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역화합과 대통합 의지를 가장 잘 표현한 이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42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미국에서도 ‘클린턴 정부’가 아닌 ‘무슨 정부’를 따로 표기한 경우는 없었다.
자존심이 유별났던 샤를 드골대통령이나 14년을 재임했던 프랑수아 미테랑대통령도 프랑스 헌정사에는 ‘드골 정부’ ‘미테랑 정부’를 남겼을 뿐이다.
‘국민의 정부’는 ‘국민’을 독점한 듯한 인상을 준다는 비판을 살 수 있다. 이런 방심과 새 정부 정책과제를 굳이 ‘1백개’로 맞추려 하는 등의 작위적인 태도 때문에 “차기정부도 벌써부터 전 정권들의 사고방식을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해야 할 때가 아닌지.
김기만<국제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