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는 우리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 주었지만 우리사회 전반에 덮여있는 많은 거품을 제거할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제조업체들이 제품에 표시하는 ‘권장소비자가격’인데 판매가격보다 훨씬 높게 표시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압력밥솥의 경우는 최고 230%나 높게 권장소비자가격이 표시되어 있다고 한다. 이같은 사례는 동네약국에서 약품을 구입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똑같은 약품일지라도 약국마다 약값이 들쭉날쭉하여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어떤 경우엔 약사들에게 약값을 깎아달라고 사정을 하기도 한다.
이같은 관행은 제조업체들이 의도적으로 가격을 과대 표시한 뒤 소매업자들에게는 할인판매를 하도록 부추겨 마치 소비자들에게 할인 혜택이 돌아가는 것처럼 악용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권장소비자가격표시제는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 그보다는 ‘공장도 가격’을 성실히 표시해 소비자들에게 투명한 가격을 제시하는 게 좋겠다.
서승호(전남 광양시 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