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 평택시 청북면 상수도 가압장 붕괴사고로 숨진 중국교포 박학선(47·중국 지린성) 이명헌(40·〃) 김춘걸씨(지린성). 설 연휴에도 작업장을 떠나지 않았던 그들의 소박한 꿈은 콘크리트와 함께 묻혀버리고 말았다.
지린성에서 월급 3백원(약 6만원)짜리 운전기사로 일하던 박씨. 둘이 먹기도 빠듯한 수입으로 홀어머니와 부인,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교 다니는 딸을 책임져야 했던 그였다. 빚을 얻어 8백만원의 밑천을 들고 지난해 9월 20일짜리 단기상용비자를 받아 김포공항에 내렸다.
사망후 박씨의 지갑에서 발견된 것은 1만원권 공중전화카드 10여장. 가족이 그리워 밤마다 고단한 몸으로 중국에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지린성의 한 방직공장에서 기능공으로 일하던 이씨는 함께 숨진 박씨의 처남. 그 역시 두 딸과 부인의 뒷바라지를 위해 한국에 왔다.
공사장 잡역부로 떠돌던 처남 매부는 지난해 11월말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간 U화학에서 방수처리공 일자리를 얻었다.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평택 공사장에 파견된 게 11월27일. 회사에서 얻어 준 민박집과 공사장을 휴일도 없이 오가며 돈을 모았다.
지난달 23일 이모씨(62) 명의의 위조여권으로 입국한 김씨가 합류해 셋은 단짝이 됐다.
민박집 주인 김봉환(74·金鳳煥·평택시 청북면 한산리)씨는 “지난달 27일 설이 됐는데도 고향을 찾지 않아 물었더니 그제서야 중국교포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날 밤 셋은 김씨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망향의 꿈을 달랬다.
그들의 ‘고단한’ 영혼이 누워있는 평택시 ‘제일좋은병원’ 영안실은 6일 유족 하나 없이 텅 비어있다. 친구의 연락을 받은 박씨와 이씨의 부인만 현재 출국수속중인데다 김씨의 유가족과는 연락조차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택〓나성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