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흑인(黑人)’이라는 말은 호적에 오르지 못한 사람을 뜻하는 은어(隱語)로도 쓰인다. 70년대 이래의 ‘한 자녀 낳기’정책을 위반해 낳은 둘째나 셋째 아이도 ‘흑인’이 되곤 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지난해 부분수정됐다. 이를 시행해온 6백40개 도시에서 외동아들과 외동딸이 결혼하면 두 아이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를 막고 구미(歐美)의 인권시비에도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구(舊)동독의 출생률이 회복되고 있다. 인구 1천명당 연간 출생률이 80년대에는 13명이었으나 통일 이듬해인 91년에는 6.8명, 94년에는 5.1명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에는 6.3명이 됐다. 2010년에는 통일전 수준으로 돌아가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람들이 시장경제 이행과정의 고통에서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경제에 자신감이 생기고 사회에 낙관의 무드가 흐르면 출산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전후(戰後) 여러 나라의 베이비 붐에도 그런 요인이 작용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90년대 들어 약간의 증가추세를 보이던 출산율이 IMF시대를 맞아 크게 낮아지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씁쓸한 소식이다. “이제는 아이를 낳는 데도 IMF의 허가가 필요한 게 아닐까”라는 자조(自嘲)도 들린다.
▼아이도 제쳐두고 부부가 함께 뛰지 않으면 살기 힘든 시대에 접어든 것인가. 산부인과에서는 중절수술이 줄을 잇고 약국에서는 피임기구와 약품의 판매가 지난해보다 50%나 늘었다고 한다. 신혼부부들도 첫 임신을 미룬다는 것이다. 심리적 위축도 있을 것이다. 긴장은 필요하겠지만 지나친 위축은 가정에도 사회에도 좋지 않다.
이낙연<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