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규민/美 월街 「훈장 코미디」

  • 입력 1998년 2월 6일 20시 27분


월가의 최근 내부 회람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글이 실려있다. “한국정부가 훈장수여를 결정을 한 것처럼 신속하게 외환위기에 대처했더라면 훈장을 주어야 하는 경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뉴욕의 외채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남다른 공헌을 한 두 미국인 변호사에게 수교훈장(흥인장)을 주기로 결정한데 대한 ‘비웃음의 코멘트’다. 월가는 훈장수여 결정을 한편의 코미디로 여기며 한국정부에 조소를 보내고 있다. 훈장은 국가에 남다른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명예의 상징이다. 따라서 이번 뉴욕 외채협상에 공이 컸던 변호사에게 훈장을 주기로 한 것도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조소를 보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임료를 받은 변호사가 의뢰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임무라는 것이다. 뉴욕에서는 한국정부가 변호사에게 지불키로 한 수임료가 단일 건수로는 최고액으로 소문나 있어 화제가 되어 있다. 여기에다 훈장까지 준다니 얼마나 우습냐는 것이 현지의 반응이다. 결코 변호사들의 공을 깎아 내리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또 외채협상이 지금 이 시점에서 과연 공헌자에게 훈장을 줄만큼 성공적인 단계에 있는지도 돌이켜 봐야할 대목이다. 원론에는 합의했지만 아직도 개별적으로는 불만을 가진 은행들도 많다. 1백여개의 채권은행들이 뉴욕결정에 동의하고 서명하는 4월7일까지 지켜봐야 한다. 외채협상이 완전한 성공으로 밝혀지고 또 이를 바탕으로 수년뒤 우리 경제가 완전한 회복단계에 접어들 때 공과를 따져 훈장을 주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외채협상의 성공은 온 국민의 위기 극복의지가 뒷받침된데서 나온 결과이다. 더이상 이런 코미디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규민<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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