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분담을 위한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을 환영한다. 노사정위원회는 오랜 난상토론 끝에 국제통화기금(IMF)시대의 난국극복을 위한 고통분담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IMF가 요구해온 어려운 실행과제중 하나를 해결하고 노사관계에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열게 되었다. 협상당사자들이 보인 그간의 인내와 타협, 조정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노사정위 대타협안은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 도입 등 노동시장 유연화 입법을 전교조 합법화,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 등과 연계해 일괄 타결했다. IMF와는 별도로 경영계가 오랜 기간 요구해온 고용제도의 탄력화와 노동계의 오랜 숙원사항들을 한묶음으로 해결한 셈이다. 묵은 갈등을 일소하고 새로운 질서의 기틀을 마련했다. 일찍이 유례가 없었던 발전적 전환이다.
이번 협상 과정을 통해 노사는 요구와 주장을 남김없이 털어놓았고 서로 양보할것을 양보하고 줄 것을 주고받았다. IMF 시련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다. 그간의 대립적 노사관계관을 훌훌 털어버리고 노사가 힘을 합쳐 오직 한가지, IMF 위기극복과 경제실체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매진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고통분담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으로 우리는 이제 위기극복의 한 전기를 마련했다. IMF의 요구는 정리해고제 도입 등 노동시장을 유연화하지 않고는 외자유치를 통한 외화부족 해결과 한국경제의 신용회복이 어렵다는 진단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걸림돌을 제거하기로 합의했다. 그와 함께 온 국민이 합심해서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외에 보여주었다. 국제사회에서 믿음을 회복하고 외화수급에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이 순조롭게 된 것이 무엇보다 다행스럽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우리 노사관계에 타협과 공존의 틀을 마련한 것이 더 없이 소중한 소득이다. 그 경험을 살려간다면 앞으로 어떤 갈등이든 대화와 타협으로 풀지 못할 것이 없다. 협상과 타협보다는 투쟁을 앞세우고 양보보다는 쟁취에 몰두하고 그 결과 서로를 대립의 상대로만 보던 그간의 노사관계관과 행동관행에 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노사정합의는 노사관계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변화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으로서도 국정을 소신껏 이끌어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부터의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관련법의 국회처리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 등 노사정위 2차협의에 넘겨진 과제들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전교조 합법화를 둘러싼 교육계 내부의 반발과 마찰도 예상된다. 올 지자체선거 이전에 허용될 노조의 정치참여로 정치권의 구조와 분위기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노조의 정치활동이 사업장 근로환경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노사정은 실행과정의 마찰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일에 힘을 합쳐야 한다. 특히 정부와 경영계는 실업대책과 기업구조조정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차기대통령과 30대 재벌그룹 총수들의 6일 오찬 회동과 다짐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