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02〉
노파의 말을 들은 저는 그 가난한 처녀가 몹시 측은하게 여겨져서 말했습니다.
“알았어요. 그 처녀의 결혼 피로연에 꼭 참석하도록 할게요. 가능하면 그 이상의 것도 해드리지요. 내 옷을 입고 패물이나 보석을 달게 하여 신랑 앞에 서도록 해드리지요.”
이 말을 들은 노파는 기뻐 어쩔줄을 모르며 저의 발에다 입맞추며 말했습니다.
“알라께서 당신께 축복을 내리시기를! 당신께서 저의 마음을 이토록 편안케 해주신 것처럼, 알라께서도 당신을 편안케 해주시기를! 하지만 아씨, 지금 당장 오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녁 때까지 채비를 하고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모시러 오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노파는 저의 손에 입맞춘 뒤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노파가 돌아간 뒤 저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비단 옷을 입고 화장을 하였습니다.
저녁 때가 되자, 노파는 다시 찾아와 붉은 잇몸을 드러낸 채 거짓 웃음을 웃으며 말했습니다.
“오, 아씨! 이웃 부인네들이 모두 와주셨습니다. 아씨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는 너도 나도 몰려와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씨를 뵐 영광을 입겠다고 하면서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큰 베일을 쓰고 노파를 따라 집을 나섰습니다. 시녀들도 거느리고 말입니다.
우리 일행은 깨끗이 소제되고 물을 골고루 뿌린 길로 나섰습니다.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 공기는 더없이 신선했습니다. 그 길을 따라 가다가 잠시 후 노파는 어느 집 대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은 가난뱅이 처녀가 살기에는 너무나도 으리으리한 대저택이었습니다. 튼실한 주춧돌 위에는 대리석의 둥근 기둥이 서 있고 그 위로는 활 모양의 둥근 지붕이 솟아 있었습니다. 문 저 안쪽으로는 왕궁처럼 웅장한 건물이 서 있는데, 담은 높게 솟아 있고, 뾰족탑 꼭대기에는 구름이 비켜가고 있었습니다. 옛시인들도 다음과 같이 노래한 그런 아름다운 대저택이었습니다.
이것은 환희의 집, 쾌락은 언제나 미소짓는다.
이 집은 즐거움의 고향, 행복감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리.
뜰 가에는 맑은 샘물이 솟아오르며
맑은 소리로 노래부르고,
만발한 누우만 왕의 꽃들,
도금양, 수선, 카밀레 꽃.
그 아름다운 대저택을 보자 저는 노파에게 물었습니다.
“여보세요, 할머니! 당신이 말한 그 가난한 처녀는 대체 어디에 있죠? 왜 이런 대저택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거죠?”
그러자 노파는 교활한 표정으로 씽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제 곧 알게 될 겁니다. 아씨께는 결코 나쁘지 않은 행운이 생길 터이니 아무말 말고 따라오시기나 하세요.”
이렇게 말한 노파는 검은 휘장이 쳐져 있는 현관까지 가더니 문을 두드렸습니다. 잠시 후 문지기가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