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의 간을 빼먹지….’
대전 유성구 송강동 청솔아파트에 사는 주부 이모씨(28)는 요즘 이 말이 입에 붙었다. 반찬값이라도 벌어보려고 부업을 찾아나섰다가 하도 어이없는 일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달초 ‘부업주부모집, 꾸준한 일감제공’이란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대전 중구 ‘아트’라는 회사를 찾았다.
엽서만한 도화지 밑그림에 견본대로 색을 칠하면 한장에 3백50원씩 준다는 말에 솔깃, ‘회원가입비’ 5만원을 내고 일감을 받았다. 회원제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얘기였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이씨로서는 그림이 좀 복잡하긴 했지만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취미를 살릴 수 있고 소득도 짭짤하리라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틀만에 20장을 그려 다시 회사를 찾았다.
그런데 회사측은 이씨가 그려간 그림을 보고 이것저것 트집을 잡았다. 그러더니 7장을 제외하곤 상품가치가 없다며 새 일감을 주었다. 색칠이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일주일만에 다시 그림을 그려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또 색상과 농도가 안맞는다며 퇴짜를 놓았다.
이씨는 속았다는 생각에 부업을 포기하기로 하고 회원가입비 5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가입비환불은 불가능하다’는 회원 규정을 내세워 이를 거부했다. 회원증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런 문구가 있기는 했다.
이씨가 더욱 놀란 것은 대전주부교실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서였다. 주부교실측이 내놓은 자료에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수십명에 이르렀고 지역도 대전뿐만이 아니었다.
대전주부교실 이숙자(李淑子)사무국장은 “IMF한파로 부업을 찾는 주부가 늘어나면서 이를 교묘히 이용하는 집단이 생겼다”며 “처음부터 가입비를 요구하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