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05〉
“오빠 말씀으로는, 당신은 일문 중에서 가장 고귀한 분이라고 합디다만, 그 점에 있어서는 오빠도 마찬가지랍니다. 당신과 인연을 맺고 싶은 일념으로 이런 계교를 써 당신을 여기까지 오시게 했습니다만, 언짢게 생각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오빠는 알라와 그 사도의 법도에 따라 당신과 결혼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법도에 따른 정당한 일인데 무엇이 부끄럽겠습니까?”
젊은 처녀가 이렇게 말하자 저는 빨갛게 얼굴이 달아올라 미처 무어라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저에게 처녀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물론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언니로서는 차마 무어라 대답할 수 없을 줄로 압니다. 언니가 굳이 싫다고 말하시지 않는다면 오빠와 결혼하는 것을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그제야 저는 말했습니다.
“사실은 저도 싫지 않아요.”
제가 이렇게 말하자 처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모르며 저를 얼싸안았습니다.
“오! 언니도 동의할 줄 알았어요! 사랑에 빠진 오빠를 구해주실 줄 알았어요!”
처녀는 이렇게 소리치며 손뼉을 쳤습니다. 그러자 다시 활짝 문이 열리고 아까 그 청년이 들어왔습니다. 제가 결혼에 승낙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청년은 기쁨에 찬 얼굴을 하고 저에게로 와 저의 손에 입맞추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청년과 결혼하게 되다니, 정말이지 저는 모든 것이 꿈만 같았습니다.
이어 네 사람의 입회인을 증인으로 거느린 법관이 들어왔습니다. 일동은 저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그 청년과 저 사이의 결혼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법관 일행이 물러가자 이제 저의 남편이 된 그 아름다운 청년은 다정스레 저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마침내 당신이 저의 아내가 되었군요. 우리의 밤이 행복하기를!”
이렇게 말한 청년은 저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 입맞춤이 얼마나 뜨겁고 감미로웠던지, 저는 정신이 몽롱해지고,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달콤한 첫 키스가 끝나자 젊은이는 말했습니다.
“오, 여보. 한 가지 약속을 해줄 것이 있어요.”
그가 이렇게 말하자 저는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게 뭐지요, 낭군님?”
그러자 그는 한 권의 코란을 들고와 저에게 내밀며 말했습니다.
“이 책에다 두고 맹세해 주세요. 나 이외에는 다른 아무한테도 당신의 몸이나 마음을 맡기지 않겠다고 말이에요.”
이렇게 말하는 그의 모습이 얼마나 진지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던지 저는 그의 목을 두 팔로 그러안으며 말했습니다.
“이 책에다 두고 맹세할게요. 당신 이외에 어떤 남자에게도 저의 몸이나 마음을 맡기지 않겠다고 말이에요.”
제가 이렇게 말하자 청년은 크게 기뻐하며 다시금 저의 입술에 뜨거운 입맞춤을 하며 힘껏 저의 허리를 그러안았습니다. 정말이지 저는 행복감으로 온몸이 허공으로 떠오를 것만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가슴은 온통 젊은이에 대한 사랑으로 꽉차 있었던 것입니다.
<글:하일지>